“연구원 역량 키워 대북 철도사업 등 신성장동력 확보할 것”

지난해 장미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사회 곳곳에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북관계가 대표적이다. 전임 정부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거쳐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는 등 해빙기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기류에 대응해 새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철도 분야는 건설 부문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 시 수혜를 입을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 철도의 경우 선로가 깔린 지 50~60년이 경과해 대대적인 개량 사업이 필요하며, 향후 대륙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이 철도 관련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들어선 이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철도 기술·연구의 중역을 맡고 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새 수장인 나희승 신임 원장을 만나, 국내 철도업계의 현실을 짚어보고 향후 전망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기관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다방면에서 변화를 수반합니다. 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의 반영이기도 하고요. 이번 취임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철도 기술은 고속철도와 도시철도를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원천 기술보다는 실용화에 초점을 맞춰 곧장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했죠.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의 변화가 급박하게 진행됨에 따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스마트 혁신을 이뤄내는 게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제가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것도 변화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철도 연구계의 명령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존의 ‘속도 혁신’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조직개편이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철도연은 정부 부처에 1대 1로 대응하는 조직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정부 부처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뒀던 것이죠.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조직 형태는 원천기술 개발,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 등 미래에 대한 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연구와 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원 환경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2기 연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경영 중심에서 탈피해 ‘연구에 몰입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인데, 이를 철도연에 적합한 방식으로 도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신교통혁신연구소를 신설해 하이퍼튜브·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을 집중 연구토록 했고, 이밖에도 차량·궤도·토목·신호·통신 등 각 분야별 특화된 연구가 이뤄지도록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조직개편 때 이례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창립 이래 최초로 조직개편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직개편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지만, 연구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떤 목적과 생각에서 조직개편을 감행하는지 직접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설명회를 통해 형성한 공감대는 향후 조직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데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전 연구원이 조직의 변화를 이해해야만 단일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철도연의 주인은 연구원이고, 연구원 개개인이 바로 철도연의 원장’이라는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에 신설된 북방철도연구팀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남북관계가 개선돼감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질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을 고려하신 결정이었는지.

“국내 철도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사실상 새 시장을 만들지 못하면 활로가 없는 상황이죠. 북한 시장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큰 시장입니다. 일차적으로 북한 철도는 노후화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개량사업이 진행될 것이고, 후에는 현대화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겁니다. 또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은 국내 철도보다도 안전성이 떨어지는 북한 철도에 더 필요성이 높은 기술입니다. 여러 가지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고려할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 대응을 해나가자는 차원에서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입니다.”

▲대북 철도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철도연의 역할은 무엇이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북한 철도는 우리 철도와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국내 철도는 직류 2만5000V를 쓰는 반면, 북한은 교류 3000V를 쓰지요. 이와 관련한 기술은 국내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도 북한 철도 시스템에 대한 분석은 물론,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움직임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철도연은 국내에 미흡한 대북 철도 분석과 기술 개발에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철도연뿐만 아니라 코레일과 철도공단도 최근 대북 철도사업을 위한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빠르게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철도 관련 기관들의 협업도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기관장이 교체된 지금이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할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습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경우 과거 관련 위원회 활동을 통해 스마트 혁신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신 걸로 알고 있고,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전통적인 철도 전문가입니다.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양 기관과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안전과 혁신, 그리고 대북 철도사업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직이 안정화된 후부터는 어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십니까.

“기본방향은 교통비절감·교통망 공공성 및 교통산업 공공성 강화·안전사고 및 재난 예방 등 국정과제에 대응해 나가는 것입니다. 또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철도기술 고유가치 확보, 평화통일, 국토균형발전·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전략목표로 설정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혁신과 원천기술의 조화를 달성하기 위한 융합연구와 안전·친환경·효율성 등 수요자 중심의 연구 과제 개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속철도 기술개발로 철도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난 18년간 대북 철도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철도연 활동을 통해 한반도를 1일 철도 생활권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동북아 지역까지 철도망을 확대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철도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게 전기신문 독자 여러분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입니다. 철도업계의 발전을 이끌어 모두가 철도 발전에 따른 이익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지속적인 지원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약력

▲한양대 기계설계학 학사 ▲KAIST 기계공학 석·박사 ▲프랑스 Politiers대 물리학 D.E.P.S.U.P. ▲철도연 신교통연구본부 대륙철도연계연구팀장 ▲철도연 기획부장 ▲철도연 대륙철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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