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휘발유價 ‘가격 비대칭성 문제’ 소비자 심리 반영 가능성

역대 최장 기간 상승세를 이어가던 휘발유 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이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데 3주 걸렸다.

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에 비해 0.22원 하락한 리터당 1565.3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부터 30주 연속, 역대 최장 기간 이어온 상승 기록이 끝난 것이다. 경유 가격 역시 전주보다 0.03원 하락한 1361.38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진 것은 국제 유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월 2일 배럴당 67.02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3주 동안 급락했다. 2월 초 국제 유가의 급격한 하락세가 2월 셋째 주에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3주 정도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국내 유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에 따라 움직이지만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매길 때 두바이유 가격이 아니라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유제품 시장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제품의 국내 가격을 국제 가격에 맞춘다.

원유가 수입, 운송, 정제, 가공을 거쳐 실제로 주유소에서 휘발유로 판매되기까지는 2~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원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의 격차는 이런 석유제품 프로세스에 필요한 시간을 반영한다.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이미 재고로 가지고 있는 휘발유, 경유의 원자재 수입 당시 가격을 보전받고 싶어 한다.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의 관계에서 가격 비대칭성 문제가 자주 거론된다. 국제 유가가 오를 때 국내 유가는 더 많이, 더 빨리 오르지만 반대로 국제 유가가 내릴 때 국내 유가는 더 적게, 더 천천히 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그렇다기보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인식일 가능성이 높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가격 비대칭성 문제는 학계에서도 논란거리였지만 연구가 많이 진행된 지금 중요하게 논의되는 주제는 아니다”라며 “연구 시기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큼의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긴 상승 행진을 마감한 국내 유가는 당분간 지금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석유공사 측은 “투자 심리 개선과 산유국 공조에 대한 기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 심화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시차를 고려할 때 국내 유가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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