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로랑생·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거장들 전시 즐비

비로소 겨울이 끝났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기가 가득했던 아침 공기에서 어느덧 싱그러운 봄 향기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회색빛 거리 곳곳에선 봄철의 푸름도 피어난다. 추운 날씨에 한껏 움츠렸던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이 가까이 온 것이다.

겨우내 잠들었던 우리의 감성도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독 추웠던 날씨에 방안에, 회사에 갇혀있던 오감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계에선 봄날을 고대했던 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다양한 전시회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따뜻할 봄날, 메말랐던 감성을 촉촉이 채워줄 전시회 TOP4를 소개한다.

◆색채의 황홀 ‘마리 로랑생전’

프랑스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 마리 로랑생을 한국에서 만난다.

한가람미술관은 오는 11일까지 색채의 황홀을 주제로 ‘마리 로랑생전’을 선보인다.

마리 로랑생은 1910~1930년대 프랑스 파리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예술가의 예술가’로 불린다. 파블로 피카소, 코코 샤넬, 장 콕도, 알베르 카뮈 등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한 그녀는 ‘몽마르트의 뮤즈’, ‘핑크 레이디’로 불리며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160점에 달하는 작가의 유화, 수채화, 삽화, 사진 등이 소개된다.

야수파와 입체파로 양분된 당시 남성 중심의 화단에서 여성 작가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던 그녀의 작품들은 ‘이 시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교과서에 나온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20세기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 꼽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스위스 출신의 화가, 조각가, 사상가로 유명한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독창적인 형태와 비장한 사유 세계를 담은 작품들로 예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국내 전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작품 평가액을 기록한 것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총 평가액은 2조1000억원으로, 현대 조각상 중 1000억원이 넘는 유일한 조각상인 ‘생각의 가치’도 포함돼 있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되며, 기간은 다음달 15일까지다.

◆‘그대, 나의 뮤즈-반 고흐 TO 마티스’

반 고흐가 느꼈던 남프랑스의 태양과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르누아르가 관찰했던 파리지앵들의 휴식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시공간이 멈춰진 창백한 파리 시내를 카유보트와 함께 산책할 수 있다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전시 중인 ‘그대, 나의 뮤즈-반 고흐 TO 마티스’는 기존 전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 이 전시는 반 고흐, 르누아르, 카유보트, 마티스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 100여점을 다룬다. 영상과 음향이 함께 제공돼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특징이다.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으며,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즐기기 좋다.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예르미타시박물관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예르미타시박물관의 소장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된다.

예르미타시박물관은 프랑스를 제외한 박물관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프랑스 미술 컬렉션을 보유한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예카테리나 2세를 비롯한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들과 러시아 귀족, 기업가들이 열정적으로 수집한 프랑스 미술품들은 이 박물관을 오늘날 유럽미술 컬렉션의 정수로 자리 잡게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니콜라 푸생, 도미니크 앵그르, 클로드 모네, 앙리 루소 등 프랑스 거장들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89건이 전시된다.

전시 기간은 다음달 15일까지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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