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됐다. 2004년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근로시간이 단축된 것은 14년 만이며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제도 시작과 함께 공무원과 대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가, 중소기업 노동자를 포함한 소상공인,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초과근로 시간이 많은 30∼299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연장근로가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임금이 지금보다 각 0.4%, 0.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SK그룹과 신세계 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은 근로시간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이달부터 시험적으로 모든 임직원에게 주 52시간 근무 원칙을 적용하고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취합하기로 했다. 부서·팀 단위로 노동 시간을 관리하면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이 있을 경우, 부서장 차원에서 담당 직원과 업무량 조율 등을 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주 52시간 근무 체계에 맞춰 2월부터 개편된 근태 관리 시스템을 일부 부서 또는 인력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변경된 근태 관리 시스템은 3월 모든 임직원에게 전면 적용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노동자와 기업가들에서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직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대기업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양면성을 갖고 있듯, 운용의 묘를 살려 중소기업 사업장과 영세사업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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