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는 흔히 스포츠에서 거액을 받은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할 때 쓰는 말이다. ‘(돈을)먹고 튄다’는 직설적 의미처럼 몸값 대비 저효율 선수를 비판적으로 수식한다. 다년 계약을 맺은 거액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이 주로 논란의 표적이 된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한국시장 전면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며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마치 데자뷔(기시감)처럼 론스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IMF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외환은행은 2003년 1조 3800여억원을 받고 지분 51%와 경영권을 론스타에 넘긴다. 헐값 매각 논란은 곧바로 점화됐고 2006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개시했다.

2010년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보유 지분 51%를 4조6888억원에 매각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을 통해 7년 만에 벌어들인 돈은 배당금을 합해 4조 7000억원가량. 헐값 매각의 주범으로 꼽히던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도주 12년 만인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검거됐지만 곧 석방됐고 한국송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론스타는 국세청과 벌여온 1700억원대의 법인세 소송에서 승소하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매각 지연 등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5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진행 중이다.

○…지엠은 5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과 세제혜택을 요구하며 한국시장 철수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실사를 위한 실무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팽팽한 기싸움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실사 목적은 뚜렷하다. 한국지엠의 부실원인이 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엠 본사의 고금리 대출 의혹, 매출원가율 부풀리기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지엠이 스스로 경영부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내놓을 지는 의문이다. 과거에도 경영진단 컨설팅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

지원이 없으면 철수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지엠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12년간 호주정부로부터 1조7000억원을 지원받고도 끝내 공장을 철수한 지엠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여론도 혈세 투입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불리한 건 정부다. 구조조정은 명확한 부실 책임 규명과 정상화를 위한 고통 분담이 성패를 가른다고들 한다. 정부가 난이도 최상급의 문제지를 받아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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