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한 김호철 변호사에 대한 자격논란이 일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 9일 김호철 변호사를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했다. 김호철 위원은 2011년부터 법무법인 한결에서 재직 중이며, 2007∼2014년에는 환경운동연합 감사를 맡았다. 또 2015년 9월부터는 환경운동연합 내 전문기관인 환경법률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김호철 위원이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원안위를 상대로 제기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대리인단의 부단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이 소송은 지난해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났으며, 원안위가 즉각 항소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위원은 현재 소송대리인단의 부단장직을 사임한 상태이다. 하지만 해당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고 측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피고 측인 원안위의 비상임위원이 되면서 파장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원안위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변호사가 원안위 위원으로 위촉된 점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건은 현재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잘잘못을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며 “원안위의 상대측 변호사로 활동한 인사가 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실무를 담당하는 내부 구성원의 사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김호철 변호사 자격 문제없어

원안위는 김호철 변호사를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한 건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안위법 10조(결격사유)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장 또는 그 종업원으로서 근무하였거나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나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 등으로 위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 등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원안위 위원으로 임명·위촉하는 데 지장이 없다.

원안위 관계자는 “김호철 변호사를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하기 전 내부검토를 통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원안위 위원의 결격사유 추가해야

김호철 위원의 과거 활동으로 적잖은 잡음이 일면서 원안위법의 위원 결격사유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원자력안전그룹(INSAG)이 발표한 ‘INSAG-17(Independence in Regulatory Decision Making)’에 따르면 규제기관은 정부부처와 산업을 비롯해 원자력기술 진흥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이익집단으로부터도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INSAG은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기구로, IAEA 사무총장에게 원자력 안전 전반에 관한 자문 역할을 한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현재 원안위 위원의 결격사유에는 원자력이용자로부터의 독립만 명시돼 있다”며 “정부와 산업은 물론이고 원자력 찬반 양측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원안위가 독립성과 함께 객관성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 월성 1호기 항소 취하하나

원안위가 현재 진행 중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취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월성 1호기는 지난해 5월부터 예방정비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한다는 방침을 내렸어도, 정부는 원전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원안위의 항소취하이다.

지난해 2월 법원은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운영변경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던 점과 원자력안전법령의 규정과 달리 원안위가 최신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심의한 점 등을 근거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김호철 위원은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에 관한 심의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에 관한 규제절차와 내용상의 문제를 지적했고,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규제내용을 살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비상임위원 위촉 건과 관련해 “해당 소송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며, 사적분쟁이 아니다.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참여했다”며 “원안위 위원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도 규제절차와 권한을 잘 숙지한 사람이 돼야 한다. 원안위가 심사숙고해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한 만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자력은 시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이므로, 법률전문가로서 규제내용을 잘 살피고 원안위의 적법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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