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강력한 통상 압박,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은 연초 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전격 발동한 데 이어 이번엔 철강에 53%의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우리 정부는 비상 상황에 긴박하게 움직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는 중국(163건)이다. 한국(31건)은 중국과 인도(39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무역분쟁을 겪고 있다.

전기산업계도 트럼프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대미 중전기기·전선 수출은 25억15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수출액 122억 달러 중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14억9400만 달러 흑자로 중동을 소폭 앞선 1위 국가다.

유입식변압기(변성기 포함)를 비롯해 직류기(37.5W~750W), 저압자동제어반(1000V이하), 정지형변환기, 소형전동기(37.5W 이하)와 교류 및 겸용전동기(37.5W 초과), 원자로, 광섬유케이블, 태양광 모듈 등 대미 수출 효자 품목도 다양하다.

○…한때 5000억원에 달하던 대미 초고압변압기 수출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의 통상 압박에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60%가 넘는 무자비한 반덤핑 관세 때문이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관리청(ITA)은 한국산 초고압변압기(10MVA 초과 유입식변압기)에 대해 다음달 4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예비판정에선 국내 초고압 변압기 4개사(효성, 현대, LS산전, 일진전기)에 대해 60.81%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반덤핑을 빌미로 미국이 국내 변압기 제조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은 한국산 변압기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입량을 줄이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더구나 미국은 노후 전력설비 교체 이슈로 인해 전력기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곳이다. 한국산 변압기의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면 자국 기업의 이익은 그만큼 커질 수 있는 구조다.

통상 압박은 변압기에 그치지 않고 고압 차단기나 케이블 등 다른 전력기기로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우리기업도 좋든 싫든 이젠 미국 수출 전략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할 것 같다. 덧붙여 국내 시장을 보호할 합법적 장치도 견고하게 다듬어야 한다. 적어도 국가 인프라와 관련된 주요 프로젝트는 국제 입찰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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