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산 철강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한국산 철강제품의 80%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관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미국의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에 이어 또 한 번의 고강도 수입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지난 1962년 처음 제정된 이후 단 5번 언급된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상무부가 최근 보고서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한국·브라질·중국 등 12개국 철강제품에 53% 관세 부과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 ▲모든 수입 제품에 일률적으로 24% 관세 부과 등 3가지 방안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이 가운데 하나 또는 일부를 선택해야 한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결정되더라도 우리 철강업계의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12개국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채택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12개국 선정의 기준이다. 미국에 철강제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상위 10위 국가 중 1위인 캐나다와 7위 일본, 8위 독일 등은 빠진 상황이다. 자국 무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를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중 통상전쟁의 유탄을 맞은 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철강산업 성장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정부의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요한 동맹이자 우방국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우리나라에 취하고 있는 수입규제 조치는 무려 40여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힘 센 친구와 같이 다니는 게 항상 좋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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