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미디어아트 현재 들여다본다

김희천 ‘썰매(2016)’.
김희천 ‘썰매(2016)’.

국내 뉴미디어아트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5일부터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을 과천관에서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2018년 첫 전시로 한국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6인의 대표작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미술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작가 6인(김희천, 남화연, 박찬경, 안정주, 오민, 전소정)의 뉴미디어, 사진 6점을 선보인다.

작품이 담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어떤 의미를 던져 주고, 관람객들에게 이 겹침의 순간들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김희천은 현실과 인터넷 세계 사이의 틈에 주목한다. 3D, VR,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이 두 세계가 혼재하는 영상 작업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썰매(2016)’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서울을 무대로 한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 편집돼 펼쳐진다.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하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인터넷과 현실의 경계, 실재와 실재가 아닌 것, 그리고 SNS상의 자아 등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남화연은 영상과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신체의 움직임이나 시간, 역사와 과학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욕망의 식물학(2015)’은 17세기 튤립 버블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비이성적 욕망을 튤립의 다양한 이미지, 꿀을 찾는 벌의 비행을 모티브로 한 드로잉과 안무, 그리고 주식 폭락에 대한 중계자의 목소리를 합한 영상으로 표현한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대됐던 작품이다.

박찬경의 ‘시민의 숲(2016)’은 분단과 냉전 같은 사회, 정치적 이슈들이나 역사와 재현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전통적인 두루마리 산수화 형식을 빌려 3채널 비디오로 구현한 작품으로 비극적이고 혼란스러운 한국 근현대사에서 이름 없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017년 아트바젤과 2016년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에서 소개된 바 있다.

안정주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발견한 사운드와 영상을 서로 위트 있게 비틀어 연결시킴으로써 다층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열 번의 총성(2013)’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10개의 총성을 모아 6명의 무용수에게 들려주고, 전쟁에서 죽음의 순간을 표현하는 춤을 의뢰했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과거의 사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민은 음악의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과 오브제, 퍼포먼스가 일련의 규칙을 이루며 절제된 리듬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작품 ‘ABA 비디오(2016)’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1악장을 선택해 악곡의 구조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영상으로 탈바꿈시킨다. 영상 속에 담긴 정교한 규칙과 긴장감은 음악의 견고한 형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전소정은 사회 속 개인들의 삶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의 의미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영상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하는 습관(2012)’은 일상을 담은 일곱 개의 영상과 영상 속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재현한 다섯 점의 사진을 통해 작가로서 예술을 한다는 행위와 태도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190여점의 뉴미디어 소장품 중 최근 소장된 작품으로 이 중 5작품은 소장 후 첫 공개” 라며 “뉴미디어아트의 다양한 요소인 영상, 이미지, 소리, 시간이 작품 안에서 중첩되고, 교차하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과 조응하며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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