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모 전기공사 업체가 대형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을 했는데 손실이 엄청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자 원사업자가 신고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손해보전을 하겠다고 하면서 사건을 끝냈다. 신고인은 못마땅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 공정위 담당자도 적극적으로 합의를 유도하기도 했고 또 더 이상 지체되면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때 손실이 난 이유는 간단했다. 계약을 체결하고 보니까 임율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원사업자가 제시한 자료에서 공수 차이가 크게 난 것을 계약체결 후 공사진행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이것이 하도급 업자의 착오인지 상대방의 기망인지 알 수 없으나 이를 이유로 대단히 큰 손실을 보고 그 업체와는 완전히 거래를 끊은 사건이었다.

한편 이러한 사건은 계속 반복되는 듯하다. 계약체결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적정한 하도급 대금을 책정하고 이를 낙찰받는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계약체결 시에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보다 훨씬 낮게 하도급 대금이 결정되곤 한다. 이렇게 되면 공사가 진행될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감당이 안 된다. 따라서 하도급을 받을 때 상대방이 제시하는 현장설명회 자료, 견적서 제출 시에 참조하는 원도급사의 자료 등을 철저하게 검토해서 착오를 일으키거나 기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기망하려는 수작이 보이더라도 이에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3년 전의 그 사건은 다분히 기망에 의한 계약체결이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와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 불공정하도급거래 시에 신고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3년 전의 그 사건을 다시 신고할 수 있을까. 거래 종료 후 3년이므로 소멸시효만 지나지 않았다면 신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증거자료와 논리를 가지고 신고를 하면 된다. 한편 이렇게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전후 사정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건이 공식화되기 전에 자료를 조용히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증거자료 확보에 애로가 있다. 불공정거래 입증은 신고인에게 있으므로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두면 승산이 있다. 혹시 공사를 담당했던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때 사용했던 컴퓨터와 업무용 이메일을 꼭 프린트해서 저장해두라. 그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얼마 전에 신고를 하려는 업체를 방문해서 업무 담당자의 컴퓨터를 보자고 했는데 그 직원이 나가자 다 폐기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안에 중요한 서류가 다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서류와 컴퓨터 관리가 사업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걸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