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성장동력・미래에너지’ VS 反 ‘안전・환경’ 우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직접소통 철학이 담긴 국민청원 게시판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다. 그밖에 그동안 외면받아온 사연과 사안도 게시판 한 자리를 차지하며 ‘동의와 공감’을 얻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0만명 이상의 국민추천을 얻은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직 요구와 가상화폐 규제철회,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증가 등 5건이 답변대기 중인 상태이며,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반대 등 6건에 관해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원게시판은 민심의 바로미터가 됐다. ‘원자력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원자력 관련 청원 191건에 대해 조사했다. 이중 166건은 10명 미만의 추천을 받았고, 나머지 25건만 두 자릿수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원전수출장려와 미래세대에게 떳떳한 에너지정책

‘원전수출장려 및 미래세대에게 떳떳한 에너지정책 청원 드립니다’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원자력 관련 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았다. 총 1만6872명이 추천했다. 지난해 12월27일부터 30일간 진행된 청원으로, 현재는 만료된 상태다. 원자력계 내부에서 추천을 독려했지만,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명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원전수출장려와 이산화탄소 감축과 관련해 정부 에너지 정책의 재고를 청원했다. 현재 같은 제목의 청원이 진행 중이며, 오는 15일 종료된다.

다음으로 많은 추천을 받은 청원은 ‘포항지진이 났는데 신고리원전 건설재개 반대합니다’이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11월15일 올라온 이 청원은 1443명이 동의했다.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다수의 동의를 받았지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원전수출장려 및 미래세대에게 떳떳한 에너지정책 청원 드립니다’에 비해 추천수의 격차가 크다.

이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프로세싱, 고속로 연구 전면 폐기 국민 청원’이 1333명의 추천을 받았고, ’월성 원자력 인접주민인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습니다‘가 717명이 동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련 청원은 종료됐고, 월성 원자력 인접주민 관련 청원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월성 원자력 인접주민 관련 청원은 땅값 하락과 매매 난항으로 현실적으로 이주가 어려운 인접주민이 이주할 수 있도록 이주법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이다.

◆지진과 원전, 국민청원 게시판도 예외 아냐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인근지역인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면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전밀집 지역에서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해 포항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지진과 원전’에 관한 청원이 쏟아졌다. 지진이 일어난 수요일(15일)부터 일요일(19일)까지 원전 가동 중단, 원전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65건에 이른다. 이는 원자력 관련 전체 청원 191건의 약 34%에 해당한다. 19일 이후에도 며칠간 ‘지진과 원전안전’에 관한 청원은 이어졌다.

◆성장동력, 미래 vs 안전·환경

청원자는 내용에 따라 성장동력, 미래, 안전·환경, 정치개혁, 일자리, 반려동물, 기타 등 17개 카테고리 중 하나를 선정한다. ‘에너지’ 카테고리는 없어 원자력 관련 청원은 주어진 17개 카테고리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원자력 관련 청원의 카테고리에서 원전찬반 양측 간 원자력에 대한 인식차가 나타났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하거나 원전정책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등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청원의 카테고리는 ‘성장동력’이나 ‘미래’가 다수였다.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청원 47건 중 30건인 약 64%가 ‘성장동력’이나 ‘미래’를 선택했다. 성장동력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는 10건으로 그 뒤를 따랐다. 원전찬성론자들은 원전을 성장동력으로 보고, 미래세대를 위해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전중단 및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등 원전을 반대하는 청원자가 선택한 카테고리는 ‘안전·환경’이 전체 81건 중 69건으로 85%를 차지했다. 원전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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