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변압기 담합·유착 폭로 점입가경

“가위바위보 또는 사다리타기로 낙찰자를 정했다. 품질인증을 받지 않은 변압기도 원전에 납품됐다. 계약 전후로 고액의 룸살롱 접대가 이뤄졌다.”

중전 대기업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원자력발전소 입찰을 둘러싼 담합과 유착 내용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담합과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업계를 대표하는 공기업과 대기업이고, 폭로 내용도 충격적이라 지난 2013년 원전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효성 전 차장 A씨는 지난달 29, 30일 tbs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2013년 10월 품질인증과정에 문제가 있는 원전에 변압기를 납품했다. 내부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인사보복을 당했고 2015년 11월 강제 퇴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A씨는 과거 원전 변압기 입찰에서 효성과 현대중공업(현 현대일렉트릭), LS산전 등 3사가 다양한 형태로 담합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발주처 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접대와 뇌물 등 커넥션도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현재 담합행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경찰은 효성-한수원의 유착 관계에 대해 수사 중이다.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극적이라 공정위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드러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폭로의 진위 여부에 따라 원전 입찰 전반에 대한 조사나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수원과 효성, 현대일렉트릭, LS산전 등 A씨의 폭로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일단 ‘몰랐다’ 내지는 ‘사실이 아니다’, ‘개인적 일탈행위’ 정도로 선을 긋고 있으면서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A씨로부터 비리 제보를 받고 진상조사를 벌였으나 경찰수사가 시작되며 중단된 상태”라면서 “문제가 된 변압기는 인증에 문제가 없었고 품질 보증 및 절차가 적법해 교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지난 2013년 우리나라를 뒤흔든 원전 스캔들이 재현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원전 사태는 한 전선업체의 케이블 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시작됐다.

이후 부품성적서 위조, 뇌물수수, 입찰 담합 등 원전과 관련된 여러 기업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100여명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변압기 입찰을 둘러싼 유착과 담합은 간단하게 마무리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면서 “조사와 수사가 원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또 다른 관계자도 “사내에선 과거 이번 사건이 원전비리와 같은 대형스캔들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송세준, 조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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