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정해진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로또 당첨이나 부모님으로부터 재산상속을 받지 않는 이상 대출 없이 집을 사거나 고급차를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장 잔고가 기껏 해 봐야 수 백 만원에서 수 십 만원밖에 안 될 게 눈으로 안 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집을 한 채 사려면 최소 5억~6억원은 필요하니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빌리거나 어떤 수단으로든 통장잔고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저렴하면서 덜 깨끗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다가 다소 비싸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만들려면 당연히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 없이는 깨끗하고 안전한 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기란 어렵다.

2016년 정산단가(발전원가는 정확히 알 수 없음) 기준으로는 전기 1kWh를 만드는데 원자력은 67.91원, 석탄은 73.93원, LNG는 99.39원이 들어간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대략 186.7원으로 원자력이나 석탄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에 따라 정부가 목표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늘리면 발전비용이 최소 11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최소 5년간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요금 자체는 오를 수 있지만, 에너지에 붙는 세금을 조절하고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발전단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물론 비정상적인 가격구조와 세제를 정상화하면서 수반되는 요금인상은 에너지전환 과정의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을 강조하기 전에 이러한 비정상적인 제도와 구조를 먼저 바꾸는 게 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랬더라면 괜히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10기가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국제유가 등의 여파로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한전 측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당초 LNG발전사업자들의 경영난을 해소해주기 위한 방향의 전력시장제도 개선에 나섰다가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낮추기 위한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늘어나면 이에 연동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게 해결책이다.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계속해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기보다는 전력산업의 발전과 정상화를 위해 요금체계를 손보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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