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이영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남북관계가 호전이 되어 교류가 활성화 되면 어느 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재생에너지야 말로 물 만난 고기떼 같이 당장에라도 북한주민의 생활수준과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분야라고 말하고 싶다. 마을 단위로 태양광이나 중소형 풍력, 소수력 등과 연계한 소규모 마이크로 그리드가 분산전원 형태로 얼마든지 단기단내에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좀 더 큰 규모라면 지하자원과 현물교환이 가능한 광산 인근지역에 소재한 소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스마트도시 건설 실증사업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은 광산의 정상가동과 생산성 증가에 곧 바로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낙후된 도시가 산업, 생태계 중심도시로 변모해 가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시도하였던 재생에너지 협력사업은 그야말로 초보적인 구멍가게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남한의 역량이, 특히, 태양광, 풍력 부품과 시스템의 제조, 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운영과 보급 제도 분야에서 현격하게 앞서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협력성과를 제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풍력을 전략분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고 최대 100kW급 풍력발전기 제작이 가능하며, 국가과학원 주도로 풍력분야 연구를 집중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태양광발전은 중국산을 중심으로 10만대 이상이 가정용으로 설치되었으며, 지열이나 바이오 부분은 적정기술 수준에서 나름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편, 산업규모로 보면 북한에서는 현재 수력발전이 전체발전량중 약 60%를 차지하는 주요 전력생산 수단이며, 북한의 신년사에서도 매년 재생에너지와 수력발전의 확대를 크게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북한이 현재 보유한 낡은 발전 시설을 교체하여 발전량을 늘리기 위한 북한 수력 현대화 사업도 향후 남북한 협력 사업으로서 눈여겨 볼만한 분야이다.

나아가, 동북아시아 재생에너지 협력을 위한 핵심 사업을 북한지역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정부 및 기업 수준에서 무상 또는 유상으로 진행되어 왔고, 크고 작은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재생에너지 협력 사업을 동북아 지역협력 틀에서 체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장 가시적인 거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가 몽골 고비사막의 대규모 풍력과 태양광 자원을 이용하여 중국과 북한을 거쳐서 남한과 일본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 전력망’구상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거나 단계별로 예정되어 있어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고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점에서 주목 할 부분은 북한과의 슈퍼그리드 계통연계 시 북한의 지리적인 장점을 잘 활용하여 적정규모의 양수발전소를 다수 건설하여 노르웨이나 일본에서와 같이 수력발전 고유의 역할과 함께 ESS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남북한의 전력 계통 안정화 및 몽골 고비사막으로 부터의 재생에너지 저장 역할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에서도 시베리아 지역의 수력발전을 슈퍼그리드에 연결시켜서 전력수출을 원할 것이므로 북한 경유 전력망은 에너지 지역 안보 면에서도 다국적 전력망으로 관리 될 수 있어서 북한 리스크를 줄이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당면한 동북아시아 및 남북한 재생에너지 협력을 위해서는 우선 상업성을 배제한 사업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과 연구소 수준에서의 인적교류 지원 사업들이 10년 가까이 중단되고 있다. 남북한 간의 직접적인 교류가 당장에 어렵다면 제3국에서의 국제행사 개최 지원 등을 통하여 서로간의 협력분야를 확인하고, 비군사분야에서 기술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재생에너지 자원조사나, 기후변화대응 공동연구 기획 등이 순수 학술, 전문가 교류차원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칭 ‘동북아시아 재생에너지 협력기구’를 창설하고, 남북한이 역내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학술적으로, 기술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원산항만지역에 제2개성공단이 만들어지고 강원도를 비롯한 국내의 재생에너지 사업들이 좋은 본보기가 되어 남북한의 기업들이 바닷길과 육로를 통해 함께 모여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증진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서 남북교류 협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를 고대하여 본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연계한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남북한 재생에너지 협력 사업이 첫 단추가 될 것임을 전 세계에 알린다면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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