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2012년 대선을 하루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코스피 3000시대 개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실제 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4년간 3.89%, 최고점은 2189p였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 증시가 30% 이상 폭등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박스권(1800∼2100)에 갇힌 코스피는 ‘박스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지루한 흐름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보다 더 스케일이 컸던 인물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 “내년(2008년)에는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할 것이고, 임기 내에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부터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곤두박질쳤다. 2008년 10월 938.75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다시 2000선으로 회복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그래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지수는 19.7% 올랐다.

약속을 지킨(?) 인물이 있기는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주가지수 1500~2000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당시 지수는 700선. 그의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 7월 지수는 2000을 돌파했다. 재임 동안 코스피는 무려 173.65%나 급등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기간엔 13.94% 올랐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엔 외환위기 여파로 19.61% 떨어졌다.

○…코스피가 지난 1월 29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인미답의 2600선을 터치했다. 셀트리온 3형제가 이끄는 코스닥도 무려 16년 만에 920선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해가 바뀌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뜻하는 ‘1월 효과’,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 값 상승,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 위험자산 선호 현상, 글로벌 강세장 동조화, 국내 기업들의 이익개선 추세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시가총액 ‘2000조원’ 시대도 새로 열렸다. 29일 기준 2019조 1690억원이다.

재밌는 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가지수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대신 “정부에서 안보불안 등 컨트리리스크를 해소하고,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주식시장은 더욱 활력을 되찾고 주가는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증시의 속도 조절 가능성은 염두에 두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당분간 접으라고 할 정도로 활황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흔히 주가는 신도 모른다고 한다. 코스피의 거침없는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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