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고성군은 수억 년 전 세월이 그대로 머물고 있는 곳이다.

다도해와 어우러진 기암절벽과 그 앞에 펼쳐진 너럭바위 위를 수놓은 공룡의 발자국은 상상 속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수억 년 전 세월을 소환한다.

이순신 장군이 1592년과 1594년 두 차례에 걸쳐 왜선을 전멸시킨 대첩지 당항포에 다다르면 그곳을 가득 메운 승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군의 피해가 전혀 없어 세계 해군사에 전무후무한 완승의 기록으로 남은 그곳은 고성만의 기개가 살아 숨쉰다.

고성에 또 하나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국내 첫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인 ‘고성하이화력 1·2호기’가 탄생을 위한 용트림을 하고 있다.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경남 사천시 사천공항에서 차로 약 30분을 달려 다다른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고성하이화력 1·2호기 건설현장은 웅장한 규모를 뽐내고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검푸른 남해바다와 멀리 보이는 샤랑도, 두미도가 어우러진 풍광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한려수도 비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였지만 현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 듯했다.

고성하이화력 1·2호기 사업자인 고성그린파워와 시공을 맡은 SK건설 현장사무소 주차장은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히 차 있었다.

5조 1960억원이 투입되고, 국내에서 진행된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인 4조2900억원의 파이낸싱에 성공한 현장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성하이화력 1·2호기는 민간 석탄화력발전의 첫 주자다. 2013년 정부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이후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데다 고성군 의회가 유치 동의를 특별 결의하는 등 지역주민 동의율이 약 96% 달하다보니 ‘순풍에 돛단 듯’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합공정율은 목표치인 30.56%를 초과 달성한 31.07%로 집계됐다.

그래선지 안내를 맡은 고성그린파워 나윤기 기획감사팀장(남동발전)과 정대호 건설관리팀장(SK건설)도 한껏 고조된 모습이었다.

차를 타고 현장으로 들어섰다.

나윤기 팀장은 “예정된 민간석탄화력발전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이면서 속도감 있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그래선지 고성그린파워 직원들은 남동발전, SK가스, SK건설 등에서 파견된 이들로 구성돼 있지만 협력관계가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나 팀장은 당초 목표를 웃도는 31.07%의 종합공종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장 중앙에는 1호기 보일러 철골공사와 2호기 보일러 기초공사, 해수 냉각수 취수관로 설치가 한창이었다. 이곳 일일 출력인원은 1000여명에 달한다.

1호기 보일러 철골공사장에는 유럽에서 임대해 왔다는 135톤 규모의 거대한 타워크레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 대의 타워크레인을 가동하는 것에 비해 장비로부터 간섭을 덜 받아 공종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대호 팀장의 귀띔이다.

‘안전은 기본, 시공은 원칙, 마음은 열정’이라는 거대한 플래카드가 눈에 띤다.

정 팀장은 “작업 투입 전에 매번 외치는 구호”라며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용납하지 않는 무결점 시공을 위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해발 65m 높이의 임시전망대로 자리를 옮겼다.

해수 냉각수 취수관로 공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성하이화력은 기존 화력발전소와 달리 냉각수로 활용할 해수를 심층에서 취·배수한다. 온배수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취수터널은 내경 7.20m, 외경 8.24m, 길이 770m에 달한다. 취수된 해수는 발전소 냉각수로 사용된 후 다시 바다로 나가게 된다. 고성하이화력은 배수로 끝단에 낙차와 수압을 이용한 5MW급 소수력발전을 설치할 예정이다.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형태의 배수터널 길이는 2.2km로 취수터널의 약 3배에 달한다.

오른편에는 연돌(굴뚝)공사 준비가 한창이다.

2월 중순경부터 이뤄질 연돌공사는 90일간 진행되며 콘크리트 특성상 24시간 쉬는 시간 없이 계속된다.

나 팀장이 고성하이화력의 ‘하이’ 뜻이 뭔지 아냐고 묻는다.

“글쎄요~”하고 답하자, “High, Hi, 하이면”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나 팀장은 고성군이 적극적으로 발전소 유치를 추진하면서 하이면이 발전소명에 포함되길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저 멀리 시설용량 324만kW(56만kW×4기, 50만kW×2기)급 국내 대표 화력발전소인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마치 맏형처럼 서있다.

정 팀장은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기 때문에 연결될 송전선로나 회처리장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성하이화력은 탈황, 탈질, 집진 등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옥내형 저탄소를 마련해 지역의 미세먼지 매출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나 팀장은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고성하이화력은 2020년 10월 1호기, 2021년 4월 2호기가 각각 준공될 예정이다.

고성하이화력 1·2호기가 운영에 들어가면 전체 발전량의 1.6%를 담당하게 된다.

민간석탄발전 시대의 개막과 현재

지난 2010년 수립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북평화력과 당진에코파워를 승인하면서 처음으로 석탄발전 사업에 민간 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수립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고성그린파워와 강릉에코파워, 포스파워 등 3개 석탄발전 사업이 추가로 선정됐다.

그동안 발전공기업의 영역이었던 석탄발전사업에 민간 기업이 진출하게 된 것은 당시 전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인데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발전공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아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다만 민간기업의 경우 아직 상업운전을 한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대부분 한전 발전자회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추진됐다. 하지만 민간석탄발전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준공이 늦어지고 있다.

북평화력은 당초 동서발전과 STX가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이후 STX지분이 GS E&R과 삼탄으로 넘어가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과 9월 각각 1,2호기가 준공했다. 또 같은 해 5차 계획에 반영됐던 당진에코파워는 송전제약과 사업자 변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다 결국 환경문제를 이유로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LNG로 연료 전환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민간석탄발전소 건설도 순탄치 만은 않은 상황이다. 고성하이화력 1·2호기만 2017년 2월 본 공사 착공에 들어가 2021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기전공사가 한창일 뿐 나머지 사업들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에코파워는 민원과 환경문제,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 내부적인 사정으로 착공이 지연돼 올 2~3월 중으로는 PF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2년 6월 준공 목표다.

포스코 그룹의 계열사인 포스파워도 환경영향평가가 늦어지면서 공사가 지연돼 이번 8차 계획에 빠질 수도 있는 운명이었지만, 조건부로 결국 8차 계획에서 살아남았다.

포스파워 측은 최대한 빨리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조금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 / 정석부 고성그린파워 사장

“4S 통한 명품발전소 건설 목표”

“국내 최초, 최대 민간화력 의미…지역사회발전 마중물 역할 기대”

“4S를 지향하는 명품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내 첫 민간화력발전이자,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진 고성하이화력 1·2호기의 성공적인 준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석부 고성그린파워 사장의 일성이다.

정 사장이 말하는 4S는 신속(Speed), 안전(Safety), 상생(Synergy), 운영기반 조성(Start-up)으로 명품발전소 건설을 위한 핵심요소를 뜻한다.

이미 Speed는 시동을 건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31.07%의 종합공정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당초 목표인 30.51%를 초과 달성한 수치다. 올해는 안전사고 방지를 통해 무재해사업장을 실현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4조29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또 SK건설 등과 EPC계약을 체결하고 남동발전·SK가스 등과 연료계약도 맺었습니다. 솔직히 숨 가쁜 시간이었습니다.”

정 사장은 이 같은 굵직굵직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고성그린파워 구성원이 혼연일체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남동발전, SK가스, SK건설 등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명품발전소 건설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협력하고 화합할 수 있었다는 게 정 사장의 말이다.

정 사장은 특히 고성하이화력이 고성지역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소통채널을 구축하고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쌓아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구인 및 구직 창구를 개설하고 지역기업이 다양한 공사와 용역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SK건설]

“석탄·원전·신재생 등 다양한 EPC 수행”

“고성하이 통해 민자발전사 명성 이어나갈 방침”

SK건설은 석탄화력, 복합화력, 열병합, 원자력, 신재생 등 발전플랜트 전분야에서 성공적으로 EPC사업을 수행 중이다.

1996년 동해발전소를 시작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 영흥화력 3·4호기 등을 시공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터키 투판벨리화력을 비롯해 파나마, 칠레 등 해외에서도 대형 발전EPC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신고리원전 1·2·3·4호기를 수주하면서 한국표준형 원전 건설을 시작한 SK건설은 원전 4기를 동시에 건설하면서 치밀한 공정관리와 완성도 높은 시공기술을 인정받았다. 이후 신고리 5·6호기, 신울진 1·2호기 등 지속적으로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또 민자발전사업 개발분야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김천, 위례프로젝트, 장문복합화력, 하남열병합발전소 등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SK건설은 민간 최대 규모의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인 고성하이화력 시공을 통해 민자발전사업자로서의 명성을 쌓아나갈 방침이다.

인터뷰 / 정대호 고성그린파워 건설관리팀장

“단 한건의 안전사고 없는 무재해사업장 만들 것”

“SK건설은 영흥화력 3·4·5·6호기, 신고리원전 1·2·3·4·5·6호기, 신울진원전 1·2호기, 태안화력 7·8호기 등 다양한 발전플랜트 건설에 참여하면서 높은 시공기술을 인정받았습니다. 고성하이화력 1·2호기는 국내 첫 민간화력발전이면서 국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의 파이낸싱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SK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시공기술과 현장관리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성공적으로 준공해 보이겠습니다.”

SK건설에서 파견돼 고성하이화력 1·2호기 사업주체인 고성그린파워에 근무 중인 정대호 건설관리팀장의 말이다.

정 팀장은 발전플랜트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토목분야 전문가다. 그가 사업에 참여한 프로젝트는 울진원전 3·4호기, 당진화력 1·2·3·4·5·6호기, 신고리원전 1·2호기, 신울진원전 1·2호기, 청송양수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SK건설은 민간 최초, 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고성하이화력 1·2호기를 통해 발전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방침인 만큼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정 팀장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출발부터 좋았습니다. 약 96%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사업이 추진된 데다 인근에 삼천포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어서 각종 인허가가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특수목적법인(SPC)인 고성그린파워는 남동발전, SK건설, SK가스 등 다양한 회사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돼 있는데 환상적인 케미를 자랑합니다. 목표치를 상회하는 공종률이 이를 대변합니다.”

정 팀장은 1호기가 2020년 10월, 2호기가 2021년 4월 준공될 예정인데 이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는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발전소 건설을 통해 고성지역 경제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Let's Go 고성

인생 최고의 사진을 얻고 싶다면 경남 고성을 찾아보자.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바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주상절리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어떤 배경에서도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호주 그레이트오션로드가 부럽지 않다면 과장일까.

고성은 공룡의 고장이다.

지구상에 출현한 가장 거대한 생물인 공룡의 발자국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상족암군립공원을 중심으로 지역 곳곳에서 공룡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이순신 장군 테마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당항포해전관을 찾아보는 것도 강추다.

상족암군립공원

고성읍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상족암군립공원은 세계적인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인정받는 곳이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과 새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으로 각광받는다. 해변을 따라 주상절리를 이루고 있는 병풍바위를 바라보며 공룡발자국 탐방로를 걷다보면 어느덧 공룡박물관에 다다른다. 상족암은 동굴같이 생긴 바위가 마치 상다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옥황상제도 절경에 반해 선녀들에게 이곳에서 베를 짜도록 했다는 전설도 전한다.

송학동 고분군

건물과 도로 사이에 펼쳐진 송학동 고분군은 그 자체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무 한그루 없는 드넓은 잔디 위로 7기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출토된 유물은 신라, 백제, 대가야에서 온 것으로 보이며 소가야 특유의 토기들이 발견됐다고 하니 소가야 임금의 무덤이 아닐까 추정된다.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사진이 기가막히게 잘 나온다.

엄홍길 전시관

고성이 낳은 히말라야 영웅 엄홍길 산악인을 기념하는 곳이다. 엄홍길 씨는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8번째로, 우리나라 최초로 등정했다. 이곳에서는 엄홍길 씨가 등반할 때 입었던 의류와 장비, 사진, 각종 기록물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엄홍길 대장의 기(氣)를 받기 위해 전국의 산악회에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뒤편에 거류산 등산로도 가볼만 하다. 입장료는 무료.

진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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