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DR시장 급성장, 안정성 높이기 위해 자정 노력 필요”

에너낙코리아는?

에너낙코리아(대표 김형민)는 2009년부터 국내에 진입해 DR제도 구축을 위해 정부와 협력해왔다. 현재 한국에서 1.1GW의 수요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 자원 4270MW 중 1/4에 해당한다. 서울시, 부산시 등 공공기관은 물론 고려대, 제주대 등 주요대학, 700여개 기업이 고객이다.

모기업인 에너낙은 2001년 미국에서 설립한 글로벌 1위 전력수요관리 기업이다. 지난해 8월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Enel(에넬)과의 합병으로 DR사업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확보했다. 에넬은 2016년 매출이 92조2500억원에 달하고, 운영 중인 발전기 용량만 총 85GW에 달하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에넬은 에너낙코리아를 통해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DR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수요자원거래시장(DR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역할이 많아질수록 본연의 취지를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R시장은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지만 국가 전력수급에 기여하는 공적인 역할도 하기 때문이죠. 에너낙코리아도 시장 참여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장 운영에 이바지 하고 있습니다.”

김형민 에너낙코리아 대표는 올해로 4년차를 맞은 DR시장이 짧은 기간 몸집을 불린만큼 앞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력시장과 참여고객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DR사업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DR사업자들의 영업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서소문 AIA 타워에 위치한 에너낙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형민 대표는 “에너낙코리아를 비롯한 DR사업자들의 자원 확보 경쟁 덕분에 시장은 급성장했다”며 “다만 지나친 경쟁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는 만큼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자정 노력이란 DR사업자들이 고객 확보를 할 때 수수료 경쟁이나 인센티브 등 상업적인 수단에만 의존하지 말자는 의미다. 대신 DR시장이 가지고 있는 공적인 역할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경쟁을 제안했다.

“금전적인 혜택과 상업적인 이점만 강조하다 보면 고객들이 DR제도를 오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면 비상시 전력수급을 조절하는 DR제도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는 거죠. DR제도의 철학을 제대로 설명하고,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DR사업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줘야겠죠.”

DR시장이 처음 등장한 건 2014년 11월이다. 2011년 9월 15일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 이후 비상시 전력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자원의 필요성이 커졌고, 정부는 미국, 유럽에서 활용 중인 DR시장을 한국에 도입했다. 현재 4270MW의 자원이 시장에 등록돼 있다.

DR시장은 여름이나 겨울철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주로 활용한다. 최근 한파의 영향으로 난방수요가 급증하자 정부가 전력수요감축을 잇달아 실시했는데 이게 바로 DR이다. DR시장엔 현재 20개 DR사업자와 358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DR사업자는 정부가 수요감축요청을 하면 고객에게 이를 전달하고, 감축 보상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에너낙코리아가 DR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 김형민 대표의 공로 덕분이다. 영국 레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해군 통역장교부터 기자, 대통령 비서관, 외환은행 부행장 등 다양한 이력도 특징이다.

“1990년대 중반 코리아타임즈에서 정치·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수행비서관으로 들어갔어요.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김대중 평화센터 감사, 이희호 여사의 ‘사랑의 친구들 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죠.”

2003년 12월에는 외환은행 최연소 상무로 전격 발탁되며 유명세를 탔다. 연공서열과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당시 금융권 분위기와 배치되는 파격 인사였다. 1990년대 중후반 남북관계, IMF 외환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언론과 청와대 비서관 등의 경험을 높이 평가 받은 것이다. 불과 2년도 안돼 김 대표는 역대 최연소의 기록으로 부행장에 올랐다.

김 대표가 30여년간 국가, 기업의 위기를 관리한 경험과 사람관리 리더십은 에너낙코리아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2015년 에너낙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해 “유연한 소통과 직원 존중”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2주에 1회 전체 회의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주제로 전 직원과 소통한다. 사장이라고 해서 직원을 존중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취임 후 도입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도 안정적으로 시행 중이다. 올해는 직원들이 언제든지 휴가를 쓸 수 있는 무제한 휴가제도를 파격적으로 도입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다. 또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직원들이 출근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아 근무하는 ‘스마트 오피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김형민 대표는 앞으로 DR사업과 함께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출력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 전력 품질 안정화의 필요성도 높아질 텐데 DR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뉴질랜드에서 DR자원을 보조서비스로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전력공급을 안정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DR시장의 다음 단계는 전력 품질을 안정시키는 ‘보조서비스’라고 봅니다. 이미 외국에서 기술과 인프라 실증을 마쳤어요. 또 앞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사업 등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통합하는 데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호남지사와 영남지사를 설립해 전국 단위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호남지사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위치한 전남 나주에 2월경 문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에너낙코리아는 사업 부문별로 에넬, 에너낙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고 합니다. 에너지 관리뿐 아니라 생산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죠. 에너낙코리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수요자원거래시장이란?

수요자원거래시장(DR시장)은 아낀 전기를 전력 시장에 되팔고, 보상금을 받는 제도다. 여름이나 겨울철 냉난방 수요가 갑작스럽게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주로 활용한다. 일시적으로 오르는 전력수요 때문에 발전기를 건설하기보다는 수요를 조절해 대응하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전기 사용을 줄임으로써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발전소 혹은 네가와트(Negawatt) 시장으로도 불린다. 만약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당시 DR시장이 존재했다면 정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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