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정부의 목표와는 따로 움직였다.

집값을 잡으려 하면 거꾸로 오르기 일쑤였고, 반대로 시장을 부양하려고 하면 침체되기 일쑤였다. 역대 정부들도 엇박자로 노는 부동산 시장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았다.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정권 첫해에 하나같이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폈다. 하지만 정작 집값은 거꾸로 하락했다. 집값이 꾸준히 우 상향했던 시기는 수도권 전역에 뉴타운 열풍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때였다.

참여 정부는 무려 17번이나 (대부분 수요를 억누르는)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그때마다 가격 폭등으로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정부를 비웃는 듯했다.

물론 참여정부 말기에는 시장이 다소 안정화됐다. 이때 만들어놓은 규제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나라가 겪은 부동산 폭락을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짚어 말하자면,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확실히 성공한 적은 아직까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언제나 집값 급등의 진원지는 부의 상징 ‘강남’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서 금융, 세제, 청약제도,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을 쏟아냈다. 주택 투기수요를 향해 날린 강력한 ‘핵 펀치’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나온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역시나 반대로 움직였다.

특히 불패신화의 상징인 ‘강남 재건축’은 급등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러자 정부는 최근 강남 집값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기존보다 10년 연장할 수 있다고 내비친 데 이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이 최대 8억원이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1인당 평균 3억~4억원, 많게는 최대 8억원 등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예상 부담금을 공개한 것이다. 당장의 정책을 내놓는 대신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심리전’에 나선 셈이다.

정부가 이번엔 강남 재건축 시장을 정밀 타격하는 데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정설만 확인시켜 줄 것인가.

여러 방법을 동원한 끝에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집권 2년차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하락함으로써 초래되는 부작용은 강남 자산 가치의 하락에 따른 피해보다 더 클 것이다.

이 때문에 강남 집값과 정부의 리턴매치가 임박했고, 이길 확률을 떠나 어느 한쪽을 응원하라면 정부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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