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술맛으로 신선들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면 꼭 찾았다는 술이 있다. ‘신선주(神仙酒)’란 별칭이 붙은 충청남도의 전통술, 계룡백일주다.

계룡백일주는 조선조 인조 때 왕실에서만 빚어지던 궁중술이었다. 하지만 인조가 반정의 일등공신인 연평부원군 이귀의 공을 치하하며 제조기법을 연안 이씨 가문에 하사, 현재까지 15대에 걸쳐 비법이 전수돼 내려오고 있다.

계룡백일주는 이씨 가문의 제사 때나 상에 올려지던 귀한 술이었다. 주원료인 찹쌀 이외에도 첨가물인 솔잎, 황국화, 잇꽃, 진달래꽃, 오미자 등을 일 년 내내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9년 주조장 지복남이 충청남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뒤 술맛이 소문나면서 애주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백일주의 제조과정은 공주지방에서 나는 통밀과 물에 불려 빻은 찹쌀가루를 같은 비율로 섞은 뒤 한 번 끓여서 식힌 양조수를 이용해 누룩을 만든다. 누룩은 보릿짚과 약쑥을 겹겹이 둘러싸 석 달 이상 띄운다.

밑술은 찹쌀가루 한 되와 물 한 사발을 섞어 죽을 쑤어 식힌 다음에 여기에 누룩 사 홉을 섞어 만든다. 이후 찹쌀 다섯 말을 쪄서 말린 고두밥에 밑술 한 말을 담가 만드는데, 이때 재래종 황국화 다섯 홉, 진달래꽃 다섯 홉, 잇꽃 세 홉, 솔잎 다섯 홉, 오미자 세 홉 정도를 골고루 배합해 넣는다.

재래종 황국화는 무서리가 내린 후에 핀 꽃이어야 하고 솔잎은 5∼6월에 채취한 것, 진달래꽃, 잇꽃, 오미자는 활짝 피거나 완숙돼야 제맛이 난다. 또 물은 이씨 가문이 14대째 살아오는 공주시의 이씨 고택에 있는 샘물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백일주는 부드럽고 감칠맛이 돌며 각종 유기산, 당질, 비타민, 무기질의 영양가가 풍부하고 식욕증진과 혈액순환 촉진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16도 백일주를 증류시켜 만든 계룡백일주 30도·40도는 목젖이 칼칼한 맛과 진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식사 때 1~2잔씩 반주로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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