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ESS 사업에 배터리 집중...중기 위한 정부대책 마련 필요

해가 바뀌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의 배터리 수급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ESS 사업이 추진되면서 중소 ESS 기업의 소외감은 더 커지는 추세다.

ESS 업계에 따르면 ESS용 리튬이온배터리를 수급하기 위한 경쟁이 올해 역시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부터 불거진 ESS용 배터리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용량 태양광 연계형 ESS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배터리 수급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비해 구매하려는 배터리 용량이 적다보니 배터리 기업의 판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연계형 ESS 사업을 하는 A기업은 “사업을 하려고 이 방면, 저 방면으로 배터리를 구하고 있지만 배터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오고 있다”며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사업계획을 취소하고 있고, 신규 영업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배터리 수급이 어려운 이유는 배터리 생산이 수요에 비해 적은 데다, 정부의 ESS 정책도 수급난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코캄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로는 ESS 시장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배터리 생산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는 대부분 전기차로 가거나, 대규모 ESS 사업에 우선 공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MWh 이상 대형 ESS 사업은 현대일렉트릭, 효성, LS산전, SK디앤디, KT 등 대기업이 수주했다. 일부 사업은 50MWh를 넘거나, 100MWh에 달하는 사업도 있었다. 규모가 워낙 큰 사업인 만큼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대규모 사업을 위주로 배터리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용량이 작은 중소기업의 ESS 사업에는 배터리 공급이 어려워졌다. 대기업은 선수금을 지급하고 배터리를 미리 계약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국내 ESS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B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선수금을 지급 할만한 자금력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배터리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도 용량이 얼마 안되는 중소기업에 배터리를 팔기보다는 대기업에 많이 파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ESS 사업은 대기업의 전유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소규모 ESS 사업에서만큼은 중소기업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태양광 연계형 ESS에 적용하는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0을 6월까지만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REC 가중치가 5.0 적용됐지만 ESS 기업들은 배터리 때문에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해 올해 6월까지 가중치 적용을 연장한 것인데 기업들은 1년도 아니고 6개월로는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A 기업 관계자는 “6월 전까지 ESS 설치를 완료하고 운전을 해야 REC 5.0이 적용되기 때문에 배터리 수급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정부가 배터리 부족 사태를 알고 있으면서 REC 5.0 제도를 6월까지라고 발표한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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