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기반 에너지 플랫폼 구축 장점, 서비스간 연계 속도

KT가 성장 정체에 접어든 통신사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진입한 스마트에너지 사업이 전력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4년 취임 당시 미래 핵심사업으로 스마트에너지를 선정하며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KT는 황 회장 취임 이후 ‘스마트에너지’를 앞세워 전력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압박과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등 통신사업에서의 수익성이 둔화되자 에너지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 통신망을 갖춘 통신사답게 네트워크 기반 에너지 플랫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T는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0.5%를 사용하는 기업이다. 전국에 있는 건물만 420여개에 달한다. 자체적으로 소유한 건물이나 설비가 많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사업을 자체설비에 구축해 수익을 내고, 실적 확보도 가능하다. 서비스를 출시하고 고객부터 찾아 나서야 하는 다른 기업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통신 인프라 덕분에 KT는 기존 전력산업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기존의 전력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KT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에 새롭게 등장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을 연결해 활용하려면 통신 네트워크는 필수다.

KT는 2015년에는 KT-MEG을 출시하며 에너지 서비스 간 연계를 준비했다. KT-MEG에서는 전국의 1만1000여개 사이트 관제 현황과 지능형 분석엔진 ‘e-Brain’이 분석하는 ‘진단-예측-최적제어’의 3단 메커니즘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KT-MEG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GiGA 에너지 매니저, GiGA 에너지 DR(수요반응), GiGA 에너지 젠, GiGA 에너지 차지 등을 선보이며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GIGA 에너지 매니저 상품은 아파트, 공장, 빌딩 등의 에너지 소비를 분석하고 절감방안을 제시하는 에너지 수요관리 서비스다. 전력수요 현황과 빅데이터를 분석해 전력피크가 많아지는 시간대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줘 전력소비를 줄인다. 전국 11개 지역본부에 있는 에너지전문가들이 직접 컨설팅을 지원한다.

KT에 따르면 대구의 P아파트에선 GIGA 에너지 매니저를 통해 1335만원에 달하던 연간 전기요금을 324만원으로 낮췄다.

GiGA 에너지 DR은 한국전력거래소가 운영 중인 수요자원거래시장(DR시장)을 활용한 서비스다. 필요할 때 전기 사용을 줄이고, 그만큼 보상을 받는 제도인데 KT는 전력소비가 많은 공장이나 건물을 대상으로 D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iGA 에너지 젠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토털솔루션이다. KT-MEG을 기반으로 신재생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필요하다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함께 구축해 고객의 수익을 극대화한다. KT에 따르면 KT-MEG과 연계해 관리하는 전국 250여개 태양광 사이트 중 10여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실증한 결과 평균 14%가량 발전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GiGA 에너지 차지는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부터 서비스 운영, 결제까지 책임진다. 전기차 충전정보와 결제정보를 전송하려면 통신네트워크가 필수인 만큼 통신사업 매출 신장으로도 연결된다.

KT의 GIGA 에너지 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각각의 사업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기 때문이다. 전력생산부터 저장, 소비, 거래까지 KT의 네트워크를 통한 에너지 플랫폼이 구축되면 개별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전력산업계에선 KT가 에너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폐쇄적인 산업 구조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력산업에서 KT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KT가 과거 유비쿼터스, BIT(전산개발프로젝트) 등 신규사업을 추진했다가 프로젝트 관리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에너지 사업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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