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기자
김병일 기자

구릿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초 t당 5574달러로 시작한 구리시세는 지난해 12월 말 4년 내 최고치인 7216달러까지 치솟았고, 1월 내내 7100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30% 가까이 오른 구리시세를 두고, 전선업계의 셈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전선산업은 구릿값 변동에 밀접하게 맞물려 성장과 침체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케이블 원가의 60% 이상을 전기동이 차지하고, 회사의 매출·이익과 연관되다 보니 전선업계는 구리 관련 이슈에 매번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2011년 이후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던 구리시세는 2016년 말 5년 만에 오름세로 반전, 2017년부터는 전선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구릿값이 상승할 경우 전선업체의 매출·수익이 높아지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까지는 전선업체들이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매출 상승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이 수익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것.

구리가격 상승은 일반적으로 전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한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다.

하지만 2016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릿값 상승세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돼 오히려 전선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몇 달 사이의 가격을 예측, 시판가나 입찰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급격히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그에 따른 리스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구릿값 상승 이전 수주한 물량의 납품·수금이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졌다. 시세가 오르기 전 4000달러대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막상 납품할 때는 재료값이 6000달러를 넘었다”며 “쉽게 말해 2000달러 가량을 손해보고 물건을 넘겨야 했다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에는 ‘돈 안 되는’ 악성 물량을 수주한 업체들이 납품을 포기하거나 파산에 이른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업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전망보다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돈 안 되는’ 악성 물량을 대부분 털어낸 상황이라,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한번 데인 전선업체들이 실수를 반복하려 하진 않을 터다.

물론 ‘레드오션’의 정점을 찍었다는 시장 상황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올해 전선 시장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이유는 분명하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