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오는 미세먼지의 역습

1. 15일 처음으로 수도권에 대한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됐습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올해 들어 처음 시행된 것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시행 이후 보름 만에 다시 발령된 것이죠. 이번 조치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며, 서울시도 출·퇴근 시간에 맞춰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운영합니다.

2. 금수강산(錦繡江山), 천고마비(天高馬肥) 등 사자성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맑고 아름다웠던 한반도의 대기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요.

3. 최근 한반도의 미세먼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겨울철 북서계절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봄철 주로 발생하는 황사와 비교해 눈으로 보기엔 심하지 않지만 입자가 워낙 작아 인체에 훨씬 유해한 공해입니다.

4. 미세먼지는 지름이 10㎛ 이하의 매우 작은 먼지로, 지름 70㎛ 정도의 황사 모래보다 훨씬 작습니다. 크기가 작아 기관지를 거쳐 폐까지 흡착이 가능합니다. 이보다 더 작은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혈관으로 바로 침투가 가능해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5. 황사는 봄철 고비사막과 중국 서부지역 사막에서 저기압을 타고 올라온 모래입자들이 편서풍을 타고 서부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데, 중국 동부의 산업지대를 지나면서 각종 유해물질을 머금어 역시 인체에는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행자 입장에선 뿌연 노란색 모래바람이 보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실외출입을 삼가는 등 대응을 할 수 있죠.

6. 하지만 겨울철 미세먼지는 딱히 눈에도 잘 띄지 않고, 우리나라의 공장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 오염원들과 뒤섞여 더욱 치명적입니다.

7.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7조20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 미세먼지 ‘나쁨’ 일수 70% 저감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또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발전소 9기 중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고, 5기는 최고 수준의 배출 기준을 적용키로 했습니다.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발전소 7곳은 임기 내 모두 폐쇄키로 했습니다.

8. 그러나 국내 미세먼지의 근본적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중국과의 대기질 공동조사·연구 확대,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사업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죠.

9. 이제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나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가 됐습니다. 중국, 일본 등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원인분석을 시작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중·장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10. 공기는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입니다. 그 누구도, 어떤 이유로 남에게 오염된 공기를 마시게 할 권한은 없습니다. 우리 후손들이 뉴스를 보면서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하는 것은 선배들의 몫입니다. ‘자연은 후손에게 잠시 빌려 온 것이다’라는 인디언의 어록을 곱씹어 봐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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