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상업풍력발전…‘재생에너지 3020’ 견인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어 재생에너지 3020 정책도 몸통을 드러냈다. 정부는 2030년까지 48.7GW 용량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목표치에서 95%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을 통해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풍력으로는 16.5GW의 발전량을 채워야한다. 육상풍력발전은 소음문제, 적합한 입지 부족 등 보급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해상풍력이다. 국내 최초로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을 찾아 해상풍력의 미래를 가늠해봤다.

쾌청한 하늘 덕에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백록담엔 눈이 내렸는지 하얗다. 입고 갔던 패딩 점퍼는 벗어 손에 들었다. 서울서 습관처럼 둘러메고 다니던 털목도리도 가방에 넣었다. 초봄같은 날씨다.

제주공항에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까지는 한 시간, 도로를 달리는 동안 오른쪽 편에 죽 이어진 바다는 잔잔하게 쪽빛을 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한경면 두모리 마을부터 금등 마을 연안에 자리한다. 해안을 따라 풍차처럼 보이는 하얀 발전기 10기가 사이좋게 죽 늘어서 있다. 각 호기 간 간격은 270m로 멀리서도 한눈에 띈다.

◇ 연간 발전량 8만5000MWh…제주 전체 풍력발전의 30% 담당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지난해 9월 완공돼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상업운전을 앞두고 지난 1년 간 시운전을 거쳤다. 운전 중 나타나는 문제점은 꼼꼼히 챙기며 트랙 레코드를 축적해왔다. 해상풍력설비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풍랑이 있을 경우 바다로 직접 나가 문제를 살펴보기 어렵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의 김동명 본부장은 “원격제어로 설비조정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손 역시 필요해 설비 점검 인력이 24시간 2교대로 상주한다”며 “바람이 적은 날에는 예비 정비를 실시해 발전기 상태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한 당시에도 운영실에서 상주하는 엔지니어 두 명 모두 현장 점검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 바람 여건상 풍력발전은 9월에서 3월 사이가 성수기”라며 “여름엔 바람의 양이 현저히 적어져 발전을 하는데 적합하지 않지만 겨울철에는 전력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탐라해상풍력발전소는 제주도민 2만40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8만5000MWh의 발전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 전체 풍력발전의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 육지 풍력발전은 포화 … 입지 ․ 환경 여건에서 우수한 해상풍력

알려진 대로 해상풍력발전은 바다 위에 발전기를 설치해 육지보다 비용이 더 든다. 육지에 설치하는 풍력발전기 1개당 약 40억이 든다면 해상에 짓는 경우 비용이 3배 이상 더 든다. 바다 한가운데로 장비를 옮기고 공사를 해야 해서다. 실제로 탐라해상풍력 발전기는 3MW용량 1기 당 165억원이 들었다. 총 10기를 지었으니 1650억원이 소요됐다. 물론 여기에는 건설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보상비와 민원비가 포함됐다. 그럼에도 육지풍력발전 건설과 비교할 때 차이가 많이 나는 금액이다.

낮은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이 각광받는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육상풍력의 경우 소음과 저주파 등으로 민원이 다량 발생해 적당한 입지를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육지에서 풍력발전을 하기 좋은 조건의 입지가 많지 않고 이미 좋은 조건의 입지는 포화상태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비교할 때 소음과 저주파에 대한 노출이 적고, 경관 침해도 덜하다. 김 본부장은 “육상에서 풍력발전을 하려면 산을 깎아 발전소를 짓는 등 자연훼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해상풍력은 그렇지 않다”며 “해상 바람은 육지 바람과 비교할 때 평균 풍속이 우수해 이용률도 높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마을 주민 9년 동안 설득 … 주민수용성 확보가 관건

그렇다고 해서 해상풍력이 주민수용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탐라해상풍력이 ‘최초’, ‘최대’라는 타이틀을 얻고 상업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10년간 공을 들여서다. 탐라해상풍력은 2006년 개발사업 시행이 승인된 뒤로 2015년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9년간 두모리 ‧ 금등 주민들을 설득했다.

김동명 본부장은 “발전소 건설을 위해 두모리 마을 주민과 금등 마을 주민 600여명을 설득해야 했다”며 “양식장 민원부터 건설공사에 따른 피해보상 소음, 전자파 문제, 조망권 침해 등 다양한 문제를 위해 협상테이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발전기는 해안에서 가까우면 500m 거리에, 멀리로는 1km 반경에 있다.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적지만 양식‧어업권 관련 민원이 많다. 김 본부장은 어업 피해 우려에 자켓이 ‘인공어초’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자켓은 발전기를 지탱하는 지지구조를 가리킨다. 그는 “발전기를 설치한 두산중공업에서 5년 전부터 제주 월정리 해상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해상풍력 자켓 하부로 들어가 촬영을 했는데, 어패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공유수면 계약으로 20년 동안 해당 설비를 운영할 수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20년간 매년 주민들에게 어업, 조망권침해등과 관련한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해상풍력의 미래 …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필수

현재 해상풍력사업은 곳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추진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 뿐 아니라 제주의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등 여러 사업이 주민 수용성 문제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암초를 만났다. 해상풍력발전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시행과 주민수용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제주도의 경우 도의회가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절차를 촘촘히 만들어놨다. 조례를 제정해 발전 사업의 인허가를 심의할 풍력발전사업 심의위원회를 도지사 소속으로 뒀다. 또 도지사가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할 경우 미리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사업자는 풍력발전사업의 지정 필수 요건으로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을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해야한다. 공공자원인 바람을 이용한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런 절차적인 제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모든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나 책임이 온전히 자신의 몫인 점이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제주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정책을 내세웠음에도 막상 발전설비 건설을 위한 민원해결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가 에너지정책에 지자체도 발맞춰 발전사와 주민 간 협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인터뷰) 홍성의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장

주민과 발전사 간 ‘신뢰’가 답

홍성의 사장이 탐라해상풍력에 부임한 건 지난 5월이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의 일원이 된지 반 년이 넘었다. 그 간의 소회와 계획을 들어봤다.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 탐라해상풍력발전이 ‘국내 최초 상업 해상풍력발전단지’로 대중 앞에 섰습니다. 1호단지인 만큼 대표성을 띌 뿐 아니라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홍성의 사장은 취임 후 차질 없는 발전을 위해 설비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데 매달렸다.

“11월 준공을 앞두고 완벽한 상업운전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쳤습니다. 불시에 설비고장이 없도록 꼼꼼히 체크했죠. 화재사고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늘 주시했습니다”.

가을‧겨울철 ‘바람풍년’을 앞두고 꾸준히 설비 예비점검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탐라해상발전은 계획 10년 만에 준공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홍성의 사장은 “9년 간 주민과 신뢰를 형성해 여기까지 왔다”며 “주민수용성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지만 주민, 양식업자, 지역 이해관계자 모두가 모여 논의한 끝에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주민과 발전사 모두 상생하는 협력 사업임을 다 같이 주지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상풍력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사업자들도 주민 수용성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신뢰관계를 말로만 다질 게 아니라 번 돈을 지역에 투자하고 주민과 대화하며 직접 증명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사업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경우 지자체 실행과 연결성이 떨어지는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설득을 전적으로 사업자에게 맡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풍력산업 발전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며 “지자체가 해상풍력 보급확대 정책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주민들이 우리 발전소를 부를 때 ‘탐라해상풍력발전’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꼭 ‘우리’ 탐라해상풍력발전이라 부른다”며 “탐라해상풍력발전이 다른 해상풍력발전사들의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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