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상태양광의 시초 ‘합천’…그 역사는 ‘현재 진행중’

‘재생에너지 3020(RE3020)’ 계획의 핵심은 태양광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발전용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수상태양광이다.

수상태양광은 호수나 저수지 등 물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태양광 발전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땅이 좁은 우리나라 특성상 육상태양광 방식만으로는 앞으로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산림을 베어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도 많았다. 그에 비해 수상태양광은 호수나 유휴 저수지에 설치하기 때문에 부지 매입 부담을 덜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차가운 물이 태양광 모듈 과열을 막아주고 수면에 반사되는 햇볕이 추가로 더해지기 때문에 육상태양광에 비해 발전 효율도 10% 정도 높다. 국내 수면 면적 중 5%, 69㎢ 정도가 수상태양광 설치에 적합한데 이를 모두 활용할 경우 4170MW 시설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연간 560만 명이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단점은 비용이다. 육상태양광보다 시설용량 kW당 150만원, 1.5배 정도의 건설비가 추가로 소요된다. 아직 비용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크다. 소재 개발과 부품 양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수상태양광 보급 확대의 관건이다.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호는 우리나라 수상태양광이 시작된 곳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11년 합천호에 국내 최초의 실증용 수상태양광 시설을 건설했고 이듬해에는 세계 최초로 상용 시설을 건설했다. 우리나라 수상태양광 사업의 발자취가 담긴 합천을 찾았다.

합천은 따뜻했다. 12월 20일 낮 최고 기온 6.7℃. 같은 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은 0.1℃였다. 목도리를 벗고 패딩 점퍼의 지퍼를 내렸다. 넓게 탁 트인 호수 위로 하늘이 맑았다. 풍부한 일조량과 넓고 깊은 호수를 가진 합천은 수상태양광 발전에 딱 맞는 곳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상태양광 사업을 합천에서 시작한 이유다.

수자원공사 합천댐관리단의 주인호 부장, 정효근 차장과 함께 모터보트에 올랐다. 합천댐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3km쯤 가니 수상태양광 시설 1호기가 보였다. 수상태양광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 2011년에 만든 100kW급 모델이다. 7년간 연구에 사용됐고 곧 폐기를 앞두고 있다. 직사각형 모양에 면적은 약 2000㎡ 정도. 보는 각도마다 생김새나 구조가 조금씩 달랐는데 연구를 위해 각 부분을 다른 부품이나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죠. 처음으로 시도하는 수상태양광이다 보니 매번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주인호 부장은 시작 단계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물 위에서 계속 흔들리는 데 따른 시설 이동과 손상을 최소화하는 일, 물에 떠있기 위해 바닥에 다는 부력통의 적합한 크기와 모양을 찾는 일, 습기에 강하면서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부품 소재를 찾는 일 등의 과제가 주어졌다.

다시 보트를 타고 호수 건너편 모래톱을 따라 4km쯤 올라가니 2호기가 보였다. 1호기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만든 500kW급 모델이다. 세계 최초의 수상태양광 상용화 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개의 커다란 사각형 몸체가 가운데 두 개의 다리로 연결돼있는 형태다. 면적은 약 9000㎡, 축구장보다 넓다. 시설 위에는 2명의 작업조가 기기를 들고 곳곳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늘이 분기마다 있는 정기 점검일이라고 주 부장이 설명했다.

1호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외관이 통일되고 깔끔해보였다. 몸체 부품을 알루미늄 소재의 두 가지 종류로만 단순화하고 마치 레고 블록처럼 끼워 맞추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육지에서 만든 시설을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부품들을 가져와 물 위에서 조립하는 공정이 가능해져 작업 효율을 높였다. 흔들림에 따른 손상 문제는 호수 바닥에 시설을 붙들어 매는 데 탄성이 높은 스테인리스 스프링 소재 줄을 이용하고 또 몸체 연결 부위마다 완충부를 두어 최소화했다. 시설이 원래 위치에서 이동하거나 돌아갔는지 파악하기 위해 직사각형 모양의 시설 모서리마다 4개의 GPS 장치도 설치했다. 몇 개의 큰 부력통으로 지탱하던 것에서 여러 통을 나눠 다는 방식으로 바꿔 부력 안정성을 높였다.

“저기 저거, 저게 뭔지 아세요?”

주 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부력통 위 곳곳에 배설물이 보였다. 여기 사는 수달의 것이라고 한다. 수상태양광 시설이 만든 그늘과 안정적인 몸체 덕분에 치어 산란장이 생겼고 이를 노린 수달이 자주 온단다. 수상태양광의 친환경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모습이었다. 합천에 있는 수상태양광 시설들은 2011년부터 실시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조사에서 환경에 무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수상태양광이 만드는 그늘은 녹조를 제거하고 어류 서식·산란지를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런 검증을 바탕으로 수상태양광 사업은 전국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상대적으로 소규모 시설이 아니라 수십 배 더 큰 규모의 시설이 들어서는 경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다.

출발 지점인 합천댐 근처로 돌아와 3호기를 보러갔다. 2013년에 설치한 100kW급 실험용 모델이다. 8각형의 몸체 4개가 서로 붙어있는데 마치 호수에 떠있는 연꽃 같은 모습이었다. 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몸체를 만들고 햇볕을 따라 태양광 모듈이 움직이는 추적식 발전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시설 바닥에서 물속으로 송전선이 연결돼있다. 합천댐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달하는 기존 송전탑으로 연결된 선이다. 주 부장이 “물 위로 송전선을 연결하는 것이 비용은 저렴하지만 주민들 배가 지나다니는 길을 막지 않고 보는 이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수중송전선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송전탑을 활용하기 때문에 건설 비용이 절감되고 현지 주민과 갈등이 생길 여지도 적었다.

수자원공사는 합천의 3기를 비롯해 보령, 제천 등에서의 건설·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대용량 수상태양광 시설을 합천호에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로 건설되는 시설은 40MW급으로 완공되면 합천군이 사용하는 전력의 20%에 해당하는 양을 충당할 수 있다. 1100억원 정도의 사업 비용은 수자원공사와 한전이 나눠 부담한다. 사업 방식에 대한 조율을 마치는 대로 내년 초에 착공할 예정이다.

사실 국내에서 수상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충북 제천 청풍호에서는 주민 단체가 수상태양광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합천 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이제까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일이 없었다.

“합천의 경우에는 수상태양광 사업에 대한 주민 반응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호의적입니다. 2011년부터 오랜 시간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며 전자파나 어류 산란장 등 걱정하시는 문제들을 검증받았죠. 정기적으로 설명회도 열었고요. 이렇게 주민들과 소통해온 노력이 빛을 본 것 같습니다.”

합천호 수상태양광 사업을 맡은 실무자인 정효근 한국수자원공사 합천댐관리단 차장은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는 주민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노력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수상태양광 사업의 일원으로 만들고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주민참여펀드가 대표적이다. 합천 주민들이 투자하는 3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사업 비용에 보태고 발전으로 얻는 수익을 주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예상되는 수익률은 4~5% 정도.

“전문 투자기관 미래에셋에 의뢰해 정교하게 기획한 펀드 사업입니다. 주민들로부터 ‘사업이 어떻게 돼가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와요. 주민참여펀드에 대한 관심들이 높죠. 아무래도 돈을 버는 일이니까요(웃음)."

수상태양광은 단순히 발전 사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가가치 창출을 꾀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합천군과 연계해 수상태양광 시설, 합천댐, 인근의 공연장과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연계하는 관광지 조성에 나섰다.

“합천댐에는 밤마다 색색의 조명이 켜져요. 합천호수의 풍광과 어우러져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죠. 수상태양광 시설에도 꽃 모양 조명을 단다든가 하는 식으로 경관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호감을 가지도록 처음 시설을 설계할 때부터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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