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말이라 모임이 잦다. 한 해가 지나가니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안부를 묻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1차, 2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연히 술을 많이 마시게 되니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쉽다. 분위기상 술을 거절하기 쉽지 않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술이 약한 사람은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리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준비했다. 걱정이 되는 사람은 이렇게 해서 숙취로 인한 괴로움을 줄여 보자.

먼저 속을 차게해서는 안 된다. 술은 기운을 활발히 해 더운 기운을 위로 띄우고 바깥으로 쫓아내니 처음에는 얼굴이 빨개지고 열이 나지만 많이 마셔 술기운을 이기지 못 하게 되면 속이 차게 된다. 즉, 술 때문에 기운이 활발해지다 지치면 속이 차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위, 장 등 내장이 차게 되어 활동력이 떨어져 술을 대사를 하지 못 하게 되니 술독이 쌓여 다음날 숙취로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술에 자신이 없다면 조금 마시는 건 상관없지만 많이 마시게 된다면 덜 차가운 술을 마시고 안주는 따뜻한 음식으로 먹어야 한다. 아니면 따뜻한 물을 옆에 두고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겠다.

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한 술을 조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세상살이에 시달려 위가 약해지기 쉬운데, 도수 높은 술은 쉽게 위벽을 상하게 해 위가 탈이 난다. 주당들은 빈속에 소주나 양주를 마셔야 술맛이 난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술 마실 주법은 아닌 것 같다. 만약 독한 술을 마셔야 된다면 따뜻한 우유나 차를 마셔가며 먹어 보자. 위의 부담을 줄여주니 술도 빨리 깨고 다음날 좀 더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숙취는 술을 못 이겨 온몸이 지치고 조직에 염증과 찌꺼기가 생겨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갈증이 난다고 찬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잘못이다. 튼튼한 사람은 탈이 없으나 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아침에 일어나 찬 생수를 한잔 마시면 배가 아픈데, 술까지 마신 뒤라 내장이 지쳐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보온을 해야 한다. 찬물을 마시면 당장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며 설사가 나게 마련이다.

흔히 숙취에 땀을 내면 개운하다고 한다. 사우나에 가서 땀을 흘려 피부에 있는 술독을 풀어주는 것도 좋지만 내장에 있는 술독도 풀어 줘야 하니 갈근, 생강, 계피처럼 내장에서부터 피부까지 전신의 조직을 두루 헤쳐서 술독을 풀어 주는 약이 좋다. 그러므로 숙취에 생강과 계피로 만든 수정과를 따끈하게 마시든지,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땀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음식으로는 북어에 콩나물과 무를 넣고 끓여 해장국으로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물고기는 육류보다 성질이 담백해서 숙취에 더 좋은데, 특히 북어는 더욱 담백하며, 가정에 준비해 두기도 쉽다. 콩나물과 무는 본디 해독을 잘하는 음식이다. 잘 붓는 사람은 팥이나 호박을 달여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꿀은 약간은 몰라도 많이 먹게 되면 좋지 않다. 술로 인해 술독이 쌓여 소통이 잘 되지 않는데 진한 꿀차를 마시면 꿀의 단맛이 위를 더 뻑뻑하게 만들어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에 많이 시달려 위가 메마른 사람은 평소에 꿀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소문경희한의원 이창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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