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와 함께한 인생 ‘후회는 없다’
인생 2모작, ‘경험・노하우’ 살린 후학양성으로 열겠다

전기철도 기술사시험은 우리나라에 고속철도 건설이 한창이던 1999년 처음으로 시행됐다. 전기철도 분야의 기술수준 향상과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다. 전기 분야의 다른 시험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전기철도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성근 디투엔지니어링 전무는 국내 140여명으로 구성된 전기철도 기술사들을 이끌고 있다. 한국기술사회 제6대 전기철도부문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 전무는 전기철도 분야의 산증인이다. 그와 함께 철도 인생여정을 떠나보자.

이성근 기술사는 1957년생으로 베이비붐 세대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서울시립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군대 제대 후 1987년 서울시 전기직으로 임용돼 늦깎이 7급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 전기직 공무원이 됐지만 전기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했어요.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도로조명과 상수도, 지하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었죠. 그러다 1994년 3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창립돼 당시 창설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이때부터 전기철도와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올해 5월 서울메트로(1~4호선)와 통합되면서 서울교통공사로 출범했다.

안정적인 공무원직을 내놓고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그의 결정에 주위에선 모두가 만류했다고 한다.

“공무원 신분을 버리고 막 설립된 도시철도공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두고 우려가 많았어요. 하지만 엔지니어로 살아가고 싶었어요. 역사적인 서울지하철 건설에 동참하고 싶었죠. 행정업무보단 기술력을 쌓아 철도 분야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그렇게 도시철도공사에서 이 기술사는 2012년까지 18년을 근무했다. 처음에는 지하철 5호선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당시를 떠올린다고 한다.

“철도나 지하철은 일반 건물에 전기를 끌어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도로와 달리 지하철이 다니는 길은 모두 전기가 통해요. 위험하고 복잡하죠. 역사건물, 변전소, 전차선 등 3요소를 모두 알아야 진정한 전기철도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철도차량이 다니는 귀선로(레일)에는 누설전류가 발생하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철도차량(부하) 자체가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급전거리나 방식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998년으로 기억해요. 여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죠. 홍수로 중랑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이 침수된 적이 있었습니다.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아마 도시철도공사 창설 이래 가장 큰 재난이었을 겁니다. 당시가 가장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추위와 폭우, 홍수, 민원 등과 싸우며 이 기술사는 성장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에는 전기철도 기술사에 도전,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공사 2호 전기철도 기술사의 탄생인 셈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기술사는 디투엔지니어링으로 이직을 하게 된다. 철도인생에 후회는 없다는 그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 사이 전기 분야에서 박사학위도 취득하고, 2012년부터는 우송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100세 인생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는 이제부터 시작인 거죠. 디투엔지니어링을 철도 분야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제가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후학양성에 활용하고 싶어요. 앞으로 10년은 거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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