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서 논의, 고시도 함께 제출해 담합 저촉 여부 판단 지원
‘기울어진 운동장’ 해결이 공정위 개혁방향, 우보천리 심정으로 나갈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은 1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판매 행위가 담합규정에 저촉되는지의 여부를 명확히 규정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공동 주최한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판매 행위를 담합에서 예외로 둔다는 규정은 현행법에도 있었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공정위에서도 소극적으로 적용해왔던 게 문제였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판매는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담합규정에서 예외로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고, 공정위의 법안 적용도 소극적이어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공동판매를 추진할 때 항상 담합규정 저촉을 걱정해온 게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 상정돼 논의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판매 행위가 담합규정에 저촉되는지의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고시도 함께 만들어서 제출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통과될 경우 공정위도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초청강연회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새정부의 공정경제 정책방향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의락 국회의원,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맥킨지 보고서가 ‘샴페인 잔(1997년)’, ‘온탕속의 개구리(2012년)’라고 표현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금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 우리 국민은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들은 선배들의 헌신으로 압축성장의 성공신화를 일궜지만 다음 세대의 경제 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여기서 고치지 않으면 역사와 다음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사업체 수의 99%, 종사자 수의 88%를 점유하는 중소기업 중에서 영세기업의 비중은 늘어나고, 소기업과 중기업 비율은 줄어드는 ‘영세화 현상’이 심화되고 생산성 역시 하락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완성차 업계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하도급 관계로 얽혀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를 보면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는 가장 높지만 부품업체는 가장 낮은 실정이라며 이는 대기업의 노력도 인정하지만 중소기업이 누려야 할 이익을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모순된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게 ‘공정위의 개혁방향’이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사업자 간의 거래관계는 사적자치의 원리에 따른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도 기본원칙이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양 당사자 간의 대등한 협상력”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직적 관계를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보완에 나서는 한편 중소기업 간 수평적 협력을 방해하는 장애요소들을 푸는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2014년 12월에 중기부와 공정위, 특허청, 경찰청 간 협업체계 구성을 위한 MOU를 맺었다”면서 “기술보호 문제는 어느 한 기관이 해결하기 어렵고, 범정부차원의 협업체계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미 각 기관의 담당 국장들이 협의를 시작해 조만간 대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600명의 공정위 직원들이 경제생활 전반의 불공정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우리나라의 상황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면서 개혁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각오는 열심히 잘 하겠다는 것이다.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가겠다. 그것이 가장 빨리, 확실하게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함께 어우러질 때 한국경제의 미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은 고사하고 지난 1년 간 정권을 맡기 위한 준비기간이 없었다. 그래서 경제정책의 3가지 축이 일목요연하게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그런 와중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해 중소기업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3가지 축이 따로 놀지 않고, 서로 연관되면서 선순환 과정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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