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서울 번화가의 가게들은 에어컨을 틀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영업을 하고있다. 길거리에 냉기가 돌 정도이다. ‘문을 열어놓아야 손님들이 편하게 들어온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남구의 한 재수학원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 놓으면서 담요를 두세 개씩 두르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반면 서울 시민들은 열대야에 시달리며 한강 공원에 나와 잠을 설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상이한 냉방 풍경이 생긴 탓은 무엇일까. 2016년 12월 이전까지 시행되었던 6단계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1단계와 6단계의 단가 차이가 약 11.7배로서 총 2단계 1.1배인 미국, 3단계 1.4배인 일본 등 해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차이가 극심함을 알 수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시행한 이유는 결국 전기의 과소비를 경계하는 것과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누진 폭탄에 겁먹은 국민들은 더운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으며 전기를 아꼈다. 한 달에 기껏해야 7~8만원 정도 납부하던 전기요금이 20만원정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 그러나 대한민국 전력 소비의 상당 부분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용, 산업용 전기가 차지한다. 한 대기업의 전기로 전력 소비량은 부산시 전체 주택용 전력소비량과 비슷하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나온 이유를 여기에서 알 수 있는데, 전기를 쓰는 것은 대형 공장들이면서 왜 가정용 전기를 아껴야 하냐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전체 전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절약될지가 의문이다. 또한 정부가 간과한 것은, 저소득층은 전기를 적게 쓰고 고소득층은 전기를 많이 쓰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소득층에서 도시가스 난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장판과 난로에 의존한다면 전기요금 누진제가 오히려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12월 주택용 전기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시켰고, 구간별 요율은 1단계 kWh 당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으로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약 3배로 완화했다. 이 개편안의 가장 큰 의의는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여름철 에어컨 사용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편 후 2017년 여름철 (7,8,9월) 가정용 전력 소비량이 3%가량 증가하였다. 일반 가정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1,000kWh 이상의 구간 요금은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하여 전력 과소비를 예방함과 함께 페널티적 성격은 유지하였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이 주택용 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일반용, 산업용 전기 요금에 대한 개편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일반용과 산업용이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kWh 이하 사용자는 누진요율 증가로 인해 오히려 기존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납부해야한다. 이러한 전력 저소비 가구를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함께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절약되는 금액 폭이 적어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자체가 사람들에게 무조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진제로 인해 전력 소비가 절약되는 것이 사실이고, 전력소비를 억제함으로써 블랙아웃 사태를 예방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만이 해결되지 않은 주택용 누진제 개편이 과연 합당하게 이루어진 개편인지, 더 완화할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1학년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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