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방암 발병률 24.4% 증가
분노조절 및 생체리듬 교란 발생 우려

과도한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신체적·정신적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빛공해가 심각한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24.4% 높아졌고, 분노조절과 생체리듬 교란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11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빛공해, 생활리듬교란과 현대인의 건강’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은일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속적으로 빛공해에 노출된 여성과 남성은 호르몬 교란으로 발생하는 유방암과 전립선암 발병률이 각각 증가했다”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도한 인공조명은 인간의 신체변화를 일으키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빛공해는 이미 해외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는 빛공해가 심각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73% 더 높다고 발표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암 발생률은 물론 당뇨나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 야기, 면역력 약화, 수명 단축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은일 교수는 ‘우리나라 빛공해와 건강영향연구’에 대한 결과 발표를 통해 “빛공해가 심각한 지역은 유방암 발병률이 최대 24.4% 더 높고, 빛공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시골에서도 11.4%가 늘어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며 “특히 농촌 지역은 대기오염과 비만 등 호르몬 변화를 유발하는 변수보다 빛공해의 영향이 도시 지역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빛공해가 분노조절과 생체리듬을 교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헌정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전 2시 전후로 체온과 심장박동수, 혈압, 성장호르몬 등 다양한 영역이 안정화되는 시간대”라며 “이 시간에 인공조명이 밝혀진다면 생체리듬을 깨뜨려 불면증과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야간에는 가능한 블루라이트 요소가 적은 조명을 사용하고, 반대로 오전에는 블루라이트 요소가 들어가 있는 빛을 쬐는 것이 생체리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밤에는 어두우면서도 황색의 간접조명 방식을 택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한국의 빛공해 현황(조용민 스마티브 생명환경연구소장) ▲청소년의 야간 스마트폰 사용문제(정영철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청소년 학습과 부적절한 조명문제(신태섭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인공조명, 가상현실(VR)의 빛공해의 미래(조철현 고려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빛공해 관련 법적 규제 방안(남기욱 변호사)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종구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위원장은 “밤낮의 구분이 없는 밝은 생활환경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오늘 심포지엄이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건강을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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