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 돌풍이 거세다. 일부 투자자만 관심을 갖는 남 얘기인줄만 알았는데 주변에서도 코인을 거래한 사람이 적지 않다. 수십,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람들이 몰린다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그런데 사실 코인과 전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인을 생산할 때 드는 전기소모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간당 1kW를 소모하는 채굴기를 한달간 돌리면 전기요금은 약 17만원에 달한다. 가정용 전기요금으로는 채굴기를 가동할 엄두도 못 내는 수준이다.

코인을 생산하는 작업을 ‘채굴’이라고 하는데 복잡한 연산을 풀면 코인이 나온다. 복잡한 연산을 풀려면 채굴기를 갖춰야 하는데 이런 기계를 적게는 몇 대, 많게는 수백대씩 돌리는 전문 채굴사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수백대 채굴기를 운영하면 전기요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연산을 하는 탓에 올라간 채굴기 온도를 낮추려면 냉방 설비도 갖춰야 한다. 냉방 전력수요까지 감안하면 전기요금 부담은 더 커진다.

채굴자 입장에선 전기요금을 낮추는 게 곧 코인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이다. 강원도에 채굴장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온이 낮아서 냉방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 최근에는 몽골이나 러시아처럼 평균 기온이 낮은 지역에 대형 채굴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쯤되면 가상화폐의 가치는 전기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노동력을 쓰거나 눈에 보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를 만들어내는데 그 원천은 다름 아닌 전기다. 뜬금없지만 가상화폐가 전력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워낙 가상화폐 열풍이 뜨겁다 보니 이런 추세라면 채굴장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방안도 나오지 않을까.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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