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선 수출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LS·대한·일진 등 초고압 케이블 3사의 독주가 눈에 띈다. 선박해양·중저압·제어통신용 케이블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본지가 주요 전선 수출기업들의 올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LS전선과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 초고압 3사의 경우 올해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사를 제외한 업계 리딩기업과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초고압 3사의 경우 LS전선은 올해 3분기까지 1조4886억원을 수출, 전년(1조3509억원)대비 10.2% 가량 늘었다. 대한전선과 일진전기도 각각 3841억원(17.8%↑), 1983억원(16.3%↑)의 수출을 기록,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압 케이블 수출은 수주 후 1년 정도 후부터 장기간 매출이 이어진다”며 “초고압 3사는 수년전부터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섰고, 이렇게 수주한 기존 물량이 고정매출로 잡혀 수출 실적이 좋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나온 여러 초고압 신규 오더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도 호실적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LS전선은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지에서 총 2억달러 규모의 해저·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따낸 바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4분기에만 북미지역에서 1억달러 이상의 초고압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일진전기도 중남미와 중동 등지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사업을 따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대원전선(258억원→189억원), 넥상스 코리아(692억원→626억원), 극동전선(1168억원→713억원) 등 초고압을 하지 않는 업계 리딩기업들의 수출 실적은 크게 줄었다.

초고압 케이블을 취급하지만, 관련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중이 적은 가온전선도 1328억원에서 958억원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티엠씨와 서울전선, 고려전선, 씨엔아이전선, 삼풍전선공업을 비롯한 업계 중소·중견기업들도 수출이 감소하거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곳이 많았다.

선박해양용 전선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중소기업들의 주요 수출품목인 중저압 전력선, 통신제어케이블 등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기산업진흥회의 ‘전기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누적 수출금액은 전년대비 저압케이블 –9.9%, 동축케이블 –15.9%, 와이어하네스 –13.5%, 통신케이블 –12.5% 가량 축소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선의 주요 도체인 동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은 거의 없었다. 동일한 물량을 수출했다면 수출금액이 늘었어야 하지만, 전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든 업체가 많았다는 것은 물량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는 얘기”라며 “조선업 불황의 타격을 받은 선박해양용 전선 시장은 물론이고 중저압 케이블, 동축케이블, 통신케이블 등 대부분의 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고압 케이블에 비해 1개월에서 3개월 정도의 단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대부분의 시장이 안 좋았다. 동남아시아 등의 개도국 시장에서 로컬 업체들이 입지를 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올해 들어 현지에 생산설비를 갖추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국내 EPC 업체들의 경기가 나빠져 동반수출 물량이 적어진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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