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시작된 세홍 ‘엑셀라인’ 대신 시공업체 부추겨 경쟁 제품으로 바꿔
시공사 입장선 ‘공사중단’ 피해에, 비싼 자재비 부담까지 ‘갑질논란’ 일듯

대법원이 수원법원종합청사 신축공사에 적용된 전등배선 시스템의 설계변경에 개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급자재인데다 CM·감리의 승인 이후 납품까지 시작된 전등배선 시스템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은 수요처(대법원)가 시공업체와 전등배선 시스템 업체의 재량권을 침해한 행위여서 ‘갑질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설계업체가 수원법원종합청사에 적용한 전등배선 시스템은 세홍의 엑셀라인이다.

엑셀라인은 배관과 배선, 기구접속을 동시에 하는 프리-팹 공법의 프리와이어링 시스템으로, 지난 2015년 12월 수원법원종합청사 설계에 반영됐다.

2015년 10월 승인된 수원법원종합청사(연면적 9만2456㎡) 건립사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건물을 준공한 뒤 청사시설 사용료, 민간 임대수입으로 개발비를 회수하는 위탁개발사업 방식으로 진행되며, 위탁기간은 25년이다.

발주처는 캠코, 수요처는 대법원이며, 협인과 희림건축이 각각 전기설계와 CM·감리를 맡았다.

세홍은 2017년 5월 전등배선시스템 3개사 중 수원법원종합청사 자재업체로 선정돼 발주처와 CM으로부터 자재공급 승인을 받고,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5회에 걸쳐 544만여원 어치의 엑셀라인을 납품했다.

협인 관계자는 “처음에 설계할 때 수요처(대법원)까지 협의를 해서 엑셀라인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을 담당했던 대법원 기술담당관실 소속 담당자가 올해 초 변경된 직후 전등배선 시스템에 대한 설계변경이 추진됐다는 게 세홍 측의 주장이다.

새로운 대법원 담당자 Y씨는 올해 8월 18일 전기배선 업체인 T사를 추가해 세홍, T사를 대상으로 전등배선 시스템에 대한 제품설명회를 다시 열었다. 이후 세홍은 8월 30일 수원법원종합청사의 시공업체로부터 자재공급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10월 17일에는 설계변경 검토를 위해 엑셀라인에 대한 품평회가 재차 열렸고, 지난 달 대법원은 캠코에 ‘세홍의 엑셀라인을 T사의 A배선시스템으로 설계 변경해 달라’는 검토보고서를 보냈다.

그렇게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11월 24일 시공업체는 결국 수원법원종합청사 전등배선 시스템을 엑셀라인에서 A시스템으로 변경키로 하고, T사와 물품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A시공사 관계자는 “(엑셀라인은) 계약까지 하지는 않았고, 일부 납품만 된 상황이었다. 그 물건을 쓰고 안 쓰고는 우리 마음”이라며 “(A시스템으로 설계변경을 한 것은)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며, 설계변경을 했지만 아직 납품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세홍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공업체에서 자재승인까지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문건설업체랑 거래할 때 금액이 크지 않으면 계약을 맺지 않아도 발주서만으로 일단 물건을 공급한다”면서 “관급자재도 아니고, 시공사가 재량권을 갖는 사급자재를, 그것도 납품까지 시작된 제품을 갑자기 변경한 것은 누가 봐도 갑질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홍은 이번 사항을 국민신문고에도 신고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세홍은 수원법원종합청사 전등배선 시스템 설계변경 과정에 대법원 담당자 Y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홍 관계자는 “Y씨가 대법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전등배선시스템을 포함해 수원법원종합청사에 반영된 조명제어 등 10여개 제품의 설계변경이 추진됐는데, 대부분 관급자재라 이슈화가 안됐다”고 지적했다.

Y씨는 전등배선시스템이 사급자재인 점을 이용, 시공업체를 종용해 시공사가 설계변경을 원하는 것처럼 발주처에 공문을 보내도록 했다는 게 세홍의 주장이다. 이 사업에는 시공업체 2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B시공사 관계자는 세홍 측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문을 보내라고 하니 그렇게 안 할 수는 없고, 상황이 이렇게 돼서 난처한 입장”이라며 “말을 안 듣자니 후한이 두렵고, 그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공문을 보내기 전에 (양심상) 세홍에 연락해 다시 한번 포기를 설득해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T사의 제품을 사용하라’는 Y씨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기성, 정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봐 캠코와 CM·감리업체, 시공사가 모두 대법원 담당자 입김에 휘둘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대법원이 엑셀라인에서 T사의 A시스템으로 설계변경을 추진하면서 근거로 들었던 ‘예산절감’도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B시공업체와 T사의 물품납품계약서를 보면 공급가액은 2억7000만원(부가세 제외)으로, 당초 세홍의 견적금액 2억730만원보다 6270만원이나 높다.

시공업체 입장에선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 중단에, 더 비싼 자재가격까지 이중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담당자 Y씨는 본지가 지난 23일 취재 협조 공문까지 보내 수원법원종합청사 전등배선 시스템의 설계변경 이유와 정확한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이달 6일까지 답변이 없었다.

세홍 관계자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일단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민원의 답변을 12일까지 주기로 했기 때문에 기다려보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형사고발 등 법적조치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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