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한 제주도 수월봉에는 한 남매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얽혀있다.

약 380년 전 고산리에 수월과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남매는 지나가는 스님의 말을 듣고 100가지 약초를 구하려 동분서주하지만, 단 하나 남은 오가피만은 도저히 구할 길이 없었다.

남매의 사정을 불쌍히 여긴 스님은 절벽에 나는 오가피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절벽에 올라 오가피를 캐낸 누이 수월은 녹고의 한쪽 손을 놓쳐 떨어져 죽고 만다.

죽은 누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녹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 결과 녹고가 죽은 후에도 눈물은 바위틈을 거쳐 끝없이 샘솟아 흘렀다는 이야기. 수월봉에 ‘녹고물 오름’이란 별칭이 붙은 배경이다.

제품에 얽힌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시피 ‘녹고의 눈물’은 바로 제주도 섬오가피로 만든 발효주다.

드룹나무과에 속하는 오가피는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건강 약초로 꼽혀왔다. 동의보감에서는 한 마차의 금괴보다 한 줌의 오가피가 더욱 값지다고까지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약용으로도 많이 쓰였던 이 약초는 과거 조선의 14대 왕 선조의 무릎이 아플 때 의관이 처방했던 약재로도 기록돼 있다.

제주 전통주인 녹고의 눈물은 청정 제주에서 자란 오가피 뿌리에서 추출한 원액을 60일간 발효한 뒤 1년간 저온 숙성해 만든 전통주다.

알코올 도수 16도로 마시기에 부담 없는 술로 감미, 산미, 신미, 청량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부드러운 점성과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애주가들의 평가다.

특히 이 술은 산뜻하면서도 고급스런 향기가 일품이다. 향미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전복요리, 생선회와 같은 안주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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