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로 유명한 비소 중독. 최근 오만과 편견의 작가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사인이 비소 중독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국 국립도서관의 큐레이터인 산드라 터펜 박사는 오스틴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 3개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런 주장을 폈다. 당시 영국에서는 약품과 식수, 벽지 등에도 비소가 들어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중독됐을 거라는게 터펜 박사의 주장이었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LED조명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거론됐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LED조명은 복용시 메스꺼움, 구토, 설사유발, 과다 복용시 심장 박동 이상, 혈관 손상, 폐암, 방광암, 피부암 등 각종 암질환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 비소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ED조명에도 비소 중독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양이 포함돼 있을까. 만약 사실이라면 형광등에 포함된 수은처럼 이를 적절히 폐기하고 재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ED칩, 비소 포함 ‘사실’

비소의 가장 무서운 점은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체내에 축적되다가 결국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비소를 섭취할 경우 중독성이 있어서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냄새나 맛이 거의 없는 하얀 가루이기 때문에 설탕이나 밀가루에 섞이기가 쉽다. 이런 이유에서 국제 암연구소(IARC)는 비소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런 비소가 LED조명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빛을 밝히는 LED칩이 비소를 비롯한 여러 독성물질들이 합쳐져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칩은 기존의 플라스틱처럼 재생 가능하지 않고 납과 갈륨, 비소 등 여러 독성물질이 포함돼 만들어진다. LED조명의 핵심 기술이자 성능은 LED칩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비소의 사용은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에서 지금부터라도 LED조명의 폐기 및 재활용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는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주장이었다. 향후 LED조명이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설치된 이후 수명 연한이 다할 무렵 재활용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환경부가 LED조명의 생산량과 배출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산업매출액 추정치로만 설명하는 등 구체적인 근거자료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LED조명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등에 포함하는 법적 근거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PR제도 도입 ‘초읽기’

임 의원은 환경부가 지난 2015년 형광등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서 2020년이면 기존 사용 LED조명기기로 상당한 양의 배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활용과 유해물질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고 주장했다.

EPR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독일, 스웨덴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전기·전자제품 등으로 분류해 EPR을 시행하고 있다.

임 의원은 환경부가 연구 용역 이후 유해성 연구, 회수방법 등 대책 마련에 손을 놓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시급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ED조명의 생산량과 폐기량 실태를 조사하고,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LED조명의 EPR제도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 선정 과정에 있고, 내년까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LED 조명 재활용 인프라 현황, 비소 위해성 조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과에 따라 빠르면 2019년에는 LED조명의 EPR제도 시행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임 의원은 “LED조명 내 유해물질 함유량, 선별, 회수, 재활용, 처리방법 기술개발 등 관련 연구와 함께 EPR대상에 LED조명을 조속히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리엔 ‘공감’ 부담금 요구엔 ‘신중’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에 대해 조명업계는 말을 아끼며 신중히 진행 추이를 살펴보는 모양새다.

조명업계는 인체에 유해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이 자리 잡으면 시장 존폐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관련 법령을 만들고 폐기 및 재활용을 전담할 수 있는 단체를 조성한다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지 않겠냐”고 관리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LED조명이 EPR제도에 포함되면 결국 업체들에게 돌아갈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 과정은 신중히 결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LED조명의 폐기 및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사업자는 물론 재활용 설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섣불리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업체들에게 부담금을 요구할 경우 본래 취지를 잃고 LED조명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보급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명 업체 대표는 “형광등의 경우 국제법상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게 맞지만 국가마다 LED조명을 일반 제조물과 전기·전자제품 등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며 “결국 제도가 시행되면 업계에서 일부 부담을 감수해야하는 만큼 제도 도입 전 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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