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전기처장
반극동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전기처장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 때 초등학교를 입학하였지만 집안사정으로 인해 한 달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84년을 글을 모르고 사셨는데, 작년부터 지자체 사업으로 마을회관에 글공부를 가르쳐 주어 어머니도 참여 하게 되었다. 주 1회 선생님이 출장 오셔서 공부를 한다. 어머니는 올해 졸업반인 2학년이다. 처음 시작할 땐 열 세 명이나 되었는데 그 사이 몇 명이 돌아가셔서 지금은 여덟 명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글을 배우니 편지를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하셨다. 요즘은 일기까지 쓰시는 열정을 보이시면서 다음엔 휴대폰 문자 메시지 보내는 것도 배우고 싶다 하셨다.

최근 독거노인 비율 증가에 따라 마을 노인공동체가 활성화 되고 있다. 어머니도 군청에서 제공되는 쌀과 반찬으로 점심, 저녁을 마을회관에서 해결하신다. 여전히 혼자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시고 오늘까지 아무 탈 없이 건강한 것 보니 100세 이상은 무난히 사실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7로 역대 최저치다. 이대로 몇 년이 지나면 농촌인구의 감소로 고향이 사라지고 군 단위 행정구역이 많이 축소될 것이다. 인구절벽과 함께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회적 이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707만 6000명으로 전체인구(5144만 6000명)의 13.8%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꾸준히 상승하여 내년엔 14.3%, 2020년에 15.5%, 2040년엔 32.8%, 2060년엔 4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조사에서 60~64세 고용률은 59.6% 유지하고 있으며 55~79세 고령자 중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은 62.4%에 달했다. 일하는 이유가 ‘일하는 즐거움’을 꼽는 34.4%보다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가 제일 높은(58.3%)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를 보면 많은 노인들이 일자리를 희망하는걸 알 수 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은퇴를 앞두고 걱정하는 것이 자녀 결혼과 퇴직 후 재취업이다. 현직에 있을 때 자녀를 결혼시키는 일이 직장의 마지막 보람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 결혼시즌이라 주변에서 날아오는 청첩장 대부분이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자녀 결혼소식이다. 퇴직시점은 다가오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우리 집 애들을 생각하니 부럽기까지 하다. 부모생각과 달리 자녀들은 결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런 현상 때문에 초고령 사회는 다가오고 인구절벽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출산율을 높이는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인데 고령사회의 노인문제 중 일자리 해결도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 사회의 은퇴연령은 52~53세로 나타났다. 60세를 정년으로 규정한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2016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7~8년 전에 퇴직한다는 것이다. 현재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은퇴가 시작되었다. 필자도 같은 부류인데 공기업이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현직에 있는 것이다. 퇴직이 다가 와 준비 차원에서 지난달 전기기술인협회 교육을 다녀왔다. 그때 들은 것인데 감리업체에 취업한 전기기술자중 50~60대가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70대가 280여명, 80대가 8명이나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같은 고령화 사회에 전기인들은 살판난 것이다. 2017년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전기감리기술자가 5위를 차지하였다. 그 만큼 직업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연령제한 없이 계속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년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전국노래자랑 MC를 30년째 진행하고 있는 송해라 한다. 그 이유가 나이 90세가 넘어서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고, 대부분 지방으로 돌아다녀서 식사 챙겨주지 않아도 되며, 집에 들어올 땐 맛있는 지방 특산물을 잔뜩 가져 온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맥도날드 매장에는 103세 할아버지가 점원으로 건장하게 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김형석 연세대명예교수는 99세인데도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만간에 우리나라에서도 100살 넘은 전기 감리기술자가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00세 시대에 전기인들은 분명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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