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사태 등으로 보은인사 쪽에서 전문성으로 기준 선회

전체 공공기관의 3분의 1가량이 현재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났지만 공공기관장 인선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 355곳 중 기관장 공석은 67곳이며, 임기가 만료된 기관도 3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도 총 41곳 중 현재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20명이나 된다.

이중 가스공사와 전기안전공사, 광해관리공단, 한전원자력연료는 각각 9월과 10월 공모절차를 시작해 최종 후보군을 추렸지만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 또 원자력환경공단과 한국전력기술 정도만 현재 임추위를 구성해 공모절차를 진행 중일 뿐 나머지 기관들은 임추위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관가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 위한 인사검증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선거 과정에 기여했거나 대선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물들 간의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이 어떻든 이를 종합적으로 추론해보면 새 정부가 처음에는 역대 다른 정권처럼 공공기관장에 대선 공신인 캠프 출신 인사들을 보내려다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적폐청산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존과 다른 프로세스를 적용하려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가 거의 막바지 단계인 가스공사나 전기안전공사의 경우도 공모 절차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설이 돌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과 함께 오히려 최종 후보에 오른 3인 중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지난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공모 시작 전부터 일부 인사들의 내정설이 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처음에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배제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는 최근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한국서부발전 사장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 A씨를 구속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A씨는 지난해 10월 한국서부발전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가에서는 A씨 단독이 아닌 산업부나 청와대 등의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개입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정부는 이번 기관장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뿐만 아니라 기재부 국정과제TF에서도 철저한 후보검증과 적폐인사를 걸러내는 작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공공기관 기관장 공모에서 전문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선 공신을 위한 자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출신인 김효석 전 의원이 대한석유협회 회장에 내정된 것이나 농어촌공사 사장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한국마사회 회장, 한국도로공사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에 문재인 캠프 출신 전직 국회의원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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