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원전과 석탄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스와 신재생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전환을 에너지정책의 목표로 내걸고, 7차 계획에 반영된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또 노후 원전은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한편, 월성 1호기도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석탄발전소도 당초에는 건설 중이거나 예정이었던 9기 전부를 백지화하겠다고 했다가 공정률 등을 감안해 2~4기만 LNG로 연료를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

정부 계획대로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노후 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금지할 경우 앞으로 원전과 석탄의 설비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설비용량을 줄이는 계획은 있지만, 발전비중을 낮추는 계획은 없다는 점이다. 지난 5~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워낙 많은 양의 발전소 건설이 반영돼 설비예비율이 30%를 상회하다보니 석탄과 원전의 설비비중이 낮아져도 발전비중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가스와 신재생 비중을 늘리겠다며 재생에너지의 경우 현재 3020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경제급전 기반의 전력시장제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오히려 가스발전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높은 설비예비율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전력시장가격(SMP)은 갈수록 하락하면서 가스발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력시장제도 개선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장병완 의원의 발의로 전기사업법이 개정돼 전력시장 운영시 환경과 안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했지만, 가스발전에 유리하게 시장제도를 개선할 경우 민간대기업에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데다 가스발전을 늘리면 전기요금 상승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발전에 유리하게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할 경우 공기업인 한전의 손실은 커지지만 상당수 가스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대기업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력시장의 정상화와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이런 비용을 회피하려면 예전처럼 그냥 값이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을 늘리는 게 상책이다.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정상적인 비용마저 안 늘리려고 하다보면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하라고 하니까 겉으로는 목표를 거창하게 세워놓고 정작 이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죽도 밥도 아닌 기형적인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전력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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