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화되면서 지방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해 온 수도권 대학 출신들은 역차별을 이유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까지 제기할 태세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도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8일 입법예고한 혁신도시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은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역인재 채용비중을 30%까지 높이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은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역 인재를 출신 대학의 소재지만으로 제한함으로써 지방에서 나고, 수도권 대학을 진학한 인재들은 취업에 차별을 받게 된다.

공공기관들 입장에서도 이 제도는 별로 달갑지 않다. 부산이나 대구 등 대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해당 지역에 대학이 별로 없는 기관들의 경우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에너지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이 위치한 울산혁신도시의 경우 4년제 대학이 2곳에 불과해 이곳 출신으로 30% 이상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과거에도 일부 공공기관에서 특정학교 출신을 대거 채용해 파벌이 형성돼 부작용이 발생된 전례가 있기도 하다.

또한 한전이나 한수원, 발전사, 도로공사 등 전국에 사업장이 있어 본사 인력이 전체 직원의 10~20%에 불과한 기관의 경우 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실제 남동발전의 경우 본사가 위치한 경남 진주에 근무하는 직원은 3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인천에 위치한 영흥발전소에는 본사 인력보다 2배나 많은 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의 80% 이상이 인천, 분당, 여수, 삼천포 등에 나눠 근무하는데 경남 소재 대학 출신으로 30% 이상 채운다는 게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 인재 채용할당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본사뿐만 아니라 대규모 사업장이 위치한 곳에서도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역을 보다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기관별 상황에 맞게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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