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삶의 고뇌와 깊이를 파헤치는 것”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의 마지막 구절을 본따 이름을 지은 공연집단 ‘강철무지개’.

강철무지개는 늘 고달픈 연극인들의 삶 속에서 오늘도 희망을 노래한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존재하는 시련 속의 희망, 이육사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 강철무지개다.

“연극인들의 삶은 늘 고달픕니다. 힘든 연극판 속에 좌절도 있지만 그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극단을 경영하는 모토요? 내 배우들은 굶지 않게 하겠다는 거죠.”

설재근 강철무지개 대표는 올해 비영리 극단인 강철무지개를 창단했다. 그동안 극단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활동해왔던 그는 열정페이 탓에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작은 기회를 잡기 위해 고생도 마다않는 후배들을 보며 좀 더 다른 형태의 극단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설 대표가 이끄는 강철무지개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공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소설의 낭독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천 등 각 지역의 도서관에서도 이 같은 낭독극을 이어가고 있다.

“소설 낭독극이 일반적인 연극이나 뮤지컬과는 매우 다르죠. 하지만 오로지 대사만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데서 낭독극의 매력을 찾을 수 있어요. 스마트폰 중심의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이 낭독극을 통해 ‘스스로 보고 느끼는 체험’을 함으로써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을 도울 수 있어요.”

설 대표는 특히 인간의 삶을 형성하는 고뇌와 깊이를 파헤치는 연기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전국을 돌며 낭독극을 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작품을 깊이 있게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의 휴머니즘을 되찾게 한다는 게 그것.

이 같은 자세는 배우로서의 모습에서도 아낌없이 확인할 수 있다.

“노래에 집중하고, 연기에 집중해선 안됩니다. 연기란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왜 하는지가 중요하지. 내가 이 대사를 왜 하는지, 내가 저 사람을 왜 사랑하는지를 항상 알아야 합니다. 그 캐릭터의 내면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는 그동안 연기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뮤지컬 ‘언틸더데이’를 꼽았다. 특히 북한 인권에 대해 다룬 이 작품을 하며 사회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였다. 무대 안에는 현 시대의 상황이 끊임없이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도.

“배우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해야지요.

최근 도모컴퍼니가 추진하는 뮤지컬 ‘락시터’에서 오범하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그는 이근미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17세’를 이달 22일부터 공연한다. 그는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마련되는 무대를 통해 경찰과 학교선생님, 섬유회사 직원, 의사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연기는 즐거운 스트레스입니다. 알면 알수록 어렵고 힘들어지죠. 아직 마흔도 안된 나이에 세상을 다 살아 본 이들의 인생을 끄접어내는 작업도 해야하죠. 괴롭지만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2의 최민식이 되겠다는 게 목표였어요. 배우로서 끊임없이 연기하다보면 최민식 선배와도 마주칠 날이 오지 않겠어요?“

이육사 시인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희망.

설 대표는 공연집단 강철무지개와 그가 서는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을 되새기고 꿈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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