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양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노상양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정책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에 20%로 확대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공급할 계획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현재의 폐기물‧바이오 중심의 재생에너지를 태양광‧풍력 등으로 전환하고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한 지원, 계획입지 제도 도입을 통한 난개발 방지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에너지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활동의 지속성 평가 관점에서 자사뿐만 아니라 거래처를 포함한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토록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 재생에너지의 이용을 거래처에 요구하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부문에서 확산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업장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100 %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활동도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에 시작된’RE100 (100% Renewable Electricity)’캠페인으로, 10월 현재 전세계 112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 100 % 사용을 표명하고 실천하고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REBA(Renewable Energy Buyers Alliance)는 2025년까지 60GW의 신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몇몇 기업을 살펴보면, 구글은 원자력 발전설비 2기분에 해당하는 186만 kW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등 IT의 유력 기업에 이어 슈퍼마켓 월마트, 맥주 업체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의 조달 규모도 40 만 kW에 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GM은 인디애나와 오하이오에 있는 7개 공장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2018년 말까지 100 % 풍력 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애플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23개국에서 자사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 재생에너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IT 산업을 선두로 재생에너지 이용을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제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미리 대응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재생에너지를 조달 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귀중한 고객을 잃게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한다. 나아가 우리 산업계 전체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국내 전기자동차용 전지업체가 외국의 한 자동차회사와의 전지 납품 상담시 재생에너지 비율 때문에 상담을 포기했던 사례를 뼈아프게 받아드려야 한다.

공장 지붕, 주차장, 유휴부지 등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설치비가 대폭 하락했다. 또한 한시적이나마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를 사용하는 공장이나 상가·병원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자가 소비할 경우 절감되는 전기요금의 50%를 할인해주는 제도도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는 설치시 장애가 있고 제도가 미흡한 것도 분명하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한 기술개발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스마트 미터, 통신기술과 데이터처리시스템 등을 통해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전력거래시장의 다원화 등을 가속화해야 한다.

독일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에너지전환의 디지털화에 관한 법’을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전력 다소비 업체들은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완화, 제도 정비, 투자지원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 “이 제품은 몇 %의 재생에너지로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업의 홍보물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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