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인하 소식에 신청자 증가세
대기수요 때문에 실수요자 피해 우려, 보급방식 손봐야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전기차 신청물량이 동났다. 일부 지역에서 전기차 신청이 마감된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청물량이 마감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마감된 지역에서 전기차 구매 신청을 하면 대기명단에 이름이 올라간다.

19일 기준으로 전기차 신청이 마감된 지자체는 109곳 중 65곳이다. 이 중 200대 이상 보급하는 지자체는 총 9곳인데 이 중 4곳이 마감됐고, 울산, 인천도 잔여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을 선도해 온 제주도의 신청물량은 지자체 중 가장 많은 3852대를 기록 중이지만 아직 2200여대가 남아있다. 대구시는 2003대, 부산시는 400대, 광주시는 206대, 용인시는 194대, 대전시는 160대가 전량 마감됐다.

제주도에 이어 전기차 보급물량이 가장 많은 서울시는 지난 16일 총 3438대의 신청이 마감됐다. 서울시의 경우 공동주택에 가정용 충전기를 설치하기가 어려워 매년 보급물량이 남았는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최근 몇주 사이 수백대가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기업이 전기차를 대량 구매 신청했다는 이야기도 돌지만 서울시 측에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기차 신청이 마감됐다고 해서 신청자체를 못하는 건 아니다. 지금 신청을 하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를 하다가 앞서 신청한 사람이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면 차례가 돌아올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낮아진다는 소식에 신청자가 급증했다”며 “지금까지 신청한 사람이 모두 전기차를 계약하기 전까지는 전기차를 구매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기차 신청이 증가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전기차종은 9종으로 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전기차 주행거리도 평균 200km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조금 역시 지난해와 동일하거나 더 높다.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지난해에 비해 대폭 확충했다. 환경부 공용충전기에 한전이 구축한 공용충전기가 더해지면서 완속·급속 충전기 2000여기가 전국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행 중인 전기차 보급방식이 당장 전기차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를 신청했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실수요자의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전기차를 신청한 사람은 차량 출고를 기다리다가 계약 전에 취소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는 기약 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인기가 높은 아이오닉 일렉트릭, 볼트EV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기다림도 길어지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볼트EV는 차량 출고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구매할 수 있는 쏘울EV나 SM3 Z.E.를 신청해도 앞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볼트 EV를 신청한 사람이 빠지지 않으면 차례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약 올해 안에 전기차 배정을 받지 않으면 내년부터 인하되는 보조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실수요자를 우선으로 전기차 보급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자체 전기차 보급 담당자는 “지자체마다 신청마감이 다 됐어도 올해 안에 출고까지 마치치기는 쉽지 않다”며 “내년부터는 차량 출고가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보급방식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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