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조명디자인 분야 시장 개척 1세대 ‘대표주자’
미적 가치 추구·공공재 만드는 책임감 경영 중심에

“조명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요. 예전 한강을 비췄던 푸른 빛의 조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느껴 자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관조명 명소로 탈바꿈했죠. 이온에스엘디는 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공공재를 만들어 낸다는 책임감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2000년대 초 국내에서 조명디자인에 관한 시장의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조명은 건설의 세부 항목에 불과했을 뿐 주거 공간에 미치는 영역이 미미하다는게 당시의 인식이었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조명디자인 시장을 개척해나간 1세대 회사들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한 곳은 손에 꼽는다.

이온에스엘디(대표 정미·사진)는 당시 시장의 편견과 홀대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디자인 영역을 구축하며 시장을 개척해 온 리딩 업체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온에스엘디는 2000년 이온디자인 연구소로 시작, 서울시 야간경관 마스터플랜을 수주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당시 서울이 야경에 대한 틀이 없어 새롭게 개선해나갈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야경 중에서 남산타워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마저도 어둡고 바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시 전체를 바라봤을 때도 나트륨 등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었고 십자가들이 야경처럼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어요. 경관조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2002년 월드컵 덕분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의 방문을 대비해 서울의 야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서 시작됐죠. 신속한 설계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교량과 궁, 시내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플랜을 마련했습니다.”

이온에스엘디가 주축이 돼 마련된 서울시 야간경관 마스터플랜은 사대문 안의 조명을 역사와 환경에 맞게 재설계하는 부분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세워진 계획을 통해 교량은 물론 문화재, 근대 유적지 등이 시민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이자 서울의 야경을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의 경관조명도 이온에스엘디의 작품이다. ‘Glory Blossom(찬란한 아름다움이 꽃을 피우다)’이라는 컨셉 하에 보행로와 저층부, 상층부로 나눠 조명을 재해석했고,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관조명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IES(The Illumination Awards) 익스테리어 라이팅(Exterior Lighting)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또 최근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에서 경관과 호텔, 카지노, 스파 등 전체 시설의 조명 실시설계를 맡아 신선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건축물과 문화재의 조명디자인을 설계하고 있지만 이온에스엘디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직원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 이온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여야 지금껏 지켜왔던 조명디자인 선두 기업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다는 다짐에서다.

정 대표는 “초기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며 조명디자인을 확산시키는데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공공 시설물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접목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람들이 이온에스엘디가 디자인한 조명을 보고 행복할 수 있도록 ‘따뜻한 디자인’을 구성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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