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히트펌프, 태양광 등 활용해 에너지 절감
자연환경 최대한 이용한 건축물 눈에 띄어

벨기에 최대의 패시브빌딩 ‘브뤼셀 환경’전경. 로비 전면을 유리창으로 설계해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했다.
벨기에 최대의 패시브빌딩 ‘브뤼셀 환경’전경. 로비 전면을 유리창으로 설계해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에 있어 건물부문의 중요성은 크다. 건물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중은 지난 2013년 전체의 약 30%에서 향후 20년간 최대 70%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건물은 비용, 효과 문제 등으로 에너지효율 향상이나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 설계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건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로 약 1만6000m²의 면적을 자랑하는 벨기에 ‘브뤼셀 환경(Bruxelles Environment)’ 건물은 지난 2013년 준공됐다. 건물에서는 약 650여명이 일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가장 큰 패시브 오피스 건물이며, 유럽에선 두 번째로 크다.

이날 바깥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햇빛은 따뜻했다. 건물은 멀리서도 친환경 건물로 예상될만큼 현대적인 모습을 자랑했다. 얼핏 거대한 큐브 모양이 연상됐다.

중앙건물 바로 옆에 자리한 약 1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태양광 패널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일반적인 태양광 패널보다 조금 어두운 빛깔인데다 건물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마치 건물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해 심미적 요소까지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태양광발전 설비는 건물 전체 전력사용량의 10% 가량을 충당한다.

86m 지하에 있는 지하수를 활용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도 적용됐다. 냉난방과 냉온수를 사용할 때 지열에너지가 활용되며 건물에는 총 8개의 히트펌프가 갖춰져 있다. 땅 속의 일정한 온도를 이용해 건물의 냉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뜨거운 외부 공기에 의해 올라간 건물 내부의 온도를 상대적으로 시원한 땅 속의 공기를 이용해 낮추고, 겨울철에는 반대로 따뜻한 땅 속의 열을 활용해 낮은 온도를 올려준다.

지열히트펌프로 난방이 어려울 경우 보완적 역할을 하는 가스펌프도 구축됐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구조가 한 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로비에서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천장은 투명하게, 자연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탓이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자 이내 로비가 어두워졌다. 로비의 천장은 사실상 건물의 천장이었다. 복도 지시등을 제외하면 로비에 조명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관계자는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난방효율을 높였다”며 “천장 전면에 설치된 대형 커튼은 기상 상황에 따라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인지 바깥은 꽤 쌀쌀한 날씨였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땀이 배어났다.

이중, 삼중에 두께만 약 20cm를 자랑하는 창호는 에너지를 유지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건물의 기밀도는 약 0.3으로 패시브하우스의 기준치를 충족했다. 창호는 물론 창호 주변의 틈새로 바람이 새어들어오지 못하게 꼼꼼하게 막아야 가능한 수치다.

건물의 벽은 이동이 가능한 슬라브 파티션으로 설계됐다. 언제든 벽면을 옮겨 용도를 바꿀 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높인 모습이었다.

의자 등 사무용 가구를 재활용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회의실, 휴게공간 등에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는 같은 디자인, 형태의 의자가 거의 없었다. 다양성과 실용성, 재생성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였다.

건물은 단순히 에너지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내부 직원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특히 공기순환시스템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안에 있는 오염된 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는 시스템이다.

공기순환룸에 들어서자 커다란 공기순환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환풍구와 외양은 유사했지만 순환 통로를 열어보니 공기청정필터가 가득 차 있었다.

밀폐된 구조의 패시브건물에서는 이러한 공기순환구조가 필수적이다. 통기형 주택처럼 자연스럽게 바람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으로라도 공기를 순환시키지 않으면 생활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이다.

건물 관계자는 “공기순환시스템은 오염된 실내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외부공기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80% 이상의 공기 순환이 이뤄지며 높은 열교환율을 통해 안의 따뜻한 공기가 나가고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며 나타날 수 있는 에너지 손실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브뤼셀 환경 건물은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브리엄(BREEAM; 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 인증에서 77.5%의 점수로 ‘탁월함(Excellent)’ 평가를 받으며 대내외적으로 탁월한 에너지효율을 인정받았다.

브리엄은 건물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기초해 종합적으로 건물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관리, 에너지, 교통, 수자원, 재료·폐기물, 토지사용, 생태오염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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