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대 계량기 수요처인 한전의 연간단가 입찰이 끝났다. 올해는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발주공고에 이어, 최다 입찰참가자 등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진 Ea타입 전자식 전력량계(200만대)는 제1·2전력량계 조합이 낙찰을 받았다. 양대 조합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조합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내년에도 같으리란 보장은 없다. 사이좋게 물량을 나눠가졌지만 모두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다. 기존업체와 신규업체 모두 속내는 다르기 때문이다.

당초 입찰 전까지만 해도 조합 체제는 늘어난 업체들로 인해 깨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신규 조합사들이 기존 회원사와 물량을 똑같이 배정받길 원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개별응찰로 가는 듯싶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조합 체제로 수주에 성공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한 업체라도 튕겨나가면 조합은 깨지는 형국이다. 내년에도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G타입은 지난해 이미 조합 체제가 무너졌다. Ea타입에 비해 물량(68만대)이 많지 않아서다.

더구나 3상은 개별입찰로 진행, 특정 그룹이 독식하면서 뒷얘기가 무성했다. 의도적으로 출혈경쟁에 나서 손해를 감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G타입 낙찰가는 3년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수주경쟁은 치열해지고,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낙찰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스마트미터 보급정책에 힘입어 발주물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2~3년 후에는 어찌될지 모른다.

이젠 전력량계 업계도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할 때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지역제한 입찰이 도입되면서 수주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한전의 직접생산기준이 바뀌는 등 탈도 많았다.

전력량계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나 기존 업체 모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기다. 기술개발에 따른 원가절감이나 해외진출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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