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이영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2030년까지 20%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민과 정부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가깝게는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과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보수 언론과 야당 주도세력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찾아 내기에 혈안이 되고 있어, 에너지이슈가 본의 아니게 정치적 정쟁도구로 전락해 버린 느낌도 든다. 그러나 당면한 신고리5·6호기 문제와는 별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가야할 길은 분명히 정해져 있다. 나아가 2050년에는 50%의 재생에너지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긴 호흡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와 수명이 다 된 원전에 대한 연장허가를 불허하는 정책을 기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기술 발전과 함께 발전단가의 하락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환경과 안전이슈를 떠나서 경제성 관점에서라도 기존의 발전방식은 재생에너지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며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안보문제와도 직결된 발전원료의 수입이 전혀 필요없이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며 무궁한 자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세대에는 전기요금도 크게 오를 이유가 없다.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최근에 추계학술대회를 성대하게 종료했다. 시의성에 맞는 다양한 특별세션들이 조직되었고, 마침 신고리5·6호기 공론화를 위한 본격적인 숙의과정을 앞두고 몇 가지 이슈에 대하여 참고할 만한 데이터와 정책대안들이 제시되었다. 우선, 잠재량에 대한 논점을 정리하여 보기로 한다. 반대진영에서는 비좁은 국토에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수용할 마땅한 입지가 부족하며, 일사량과 바람자원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에 대한 가장 정확한 최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기관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며,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요약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재생에너지원별 잠재량은 국내에서 설치가능한 설비용량(GW) 또는 연간 생산가능한 발전량(TWh)을 추정하는 지표로 이용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기술적 잠재량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20배가 넘는다. 다양한 환경규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발전사업의 경제성이 최소한 확보 될 수 있는 잠재량을 의미하는 시장잠재량은 현재 정확한 산출이 진행 중이며, 태양광의 경우 최소 300GW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풍력의 경우에는 20GW, 해상풍력의 경우에는 17GW~22GW의 잠재량 추정치를 보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태양광 발전 이용률은 14.3%이며, 전력거래소의 5년 평균값을 근거로 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에서의 이용률은 10.8%에 불과하다. 이것은 일사량면에서 한국이 독일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의 경우에는 이용률이 한국이 23.5%, 독일이 21.7%이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안의 잠정 추정치에 따르면 태양광은 32GW, 풍력은 16GW(육상 3GW, 해상 13GW)의 신규 설비용량을 예상하고 있으나 최종 확정될 용량은 다소 가변적일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값들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보면, 태양광은 시장잠재량의 약 십분의 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며, 풍력의 경우에는 육상에서는 충분한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상에서도 현재 군사지역으로 묶인 넓은 해역을 허용하게 되면 보다 충분한 설비용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설치 면적을 살펴보기로 한다. 태양광의 경우, 모듈변환 효율을 18%로 가정하면 1km2 면적당 약 180M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가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고 이격거리까지를 모두 고려하면 10km2 면적에서 1GW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2030년 32GW의 태양광 설비에 필요한 면적은 320 km2이다. 현재 서울시 면적은 605 km2이므로 서울시의 약 53%에 해당하는 설치면적이 전국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국내의 땅값이 비싸서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당연하게 땅 값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장소를 찾아서 설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기관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내에 분포한 수상면적의 5%를 활용하여 태양광을 설치하게 되면 14GW가 달성된다. 또한, 주거용 건물면적의 10%에 해당하는 건물 옥상을 이용하면 16.5GW의 설비가 가능하다. 이 정도만 활용해도 2030년에 소요되는 32GW에 거의 근접하는 수치이다. 좀 더 큰 면적은 농사용 경작지이다. 이 면적의 1%만 활용해도 19.3GW의 설비가 가능하여 태양광에 소요되는 부지문제는 염전, 탄광, 정부 및 지자체 소유 유휴부지 활용을 더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 한 농협 조합장은 농촌문제 해결에 영농형 태양광발전이 답이라는 기사를 발표했다. 욧점은 약 3,000m2(900평)에 직립형 추적식 100kW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논농사를 그대로 지으면서 매달 30∼4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으며, 논에 그림자가 생겨 쌀 생산량이 감소하면, 과잉생산에 따른 정부 직불금 부담도 해소할 수 있고, 고령농가의 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참고할 만한 대안으로 보여진다.

풍력발전의 경우에 육상에서는 태양광과 같이 도시건물 등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건물 등의 장애물 영향으로 풍속이 크지 않으며, 회전하는 날개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풍속이 높은 산 정상근처나 해안가에 메가와트 급 대형발전기를 설치하여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앞으로 2030년까지 육상풍력은 3GW의 신규설비를 예상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같이 건물옥상 등에 설치할 수 있는 도시형 저소음 소형 풍력발전기 기술 개발과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상풍력의 경우에는 2010년부터 서남해안 해상에 2.5GW의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수용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에서 대규모의 풍력발전이 가능한 장소는 부지문제, 소음문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연근해 해상이다. 우선 WTO에 대응하면서 지역 및 주력산업과 연계가 가능한 단계별 국가해상풍력단지개발 추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1단계로는 육지로부터 이안거리 5km 이내 및 수심 30m이내에서 육상전력계통(grid) 활용을 통한 지자체·지역주민·민간이 주도하는 100∼300MW 규모의 국가발전단지 조성으로 해상풍력산업화를 위한 초기 시장창출이 시급하다. 2단계로는 연안에서 5km∼22km 거리인 영해에서, 수심 30m∼50m 내외의 GW급 단지조성을 위하여, 사전 적합지 조사 및 개발, 주민·지자체 참여, 정부주도의 지구지정을 준비하여야 한다. GW급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의 개발은 최소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체계적인 정부주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3단계로는 수심에서 자유로운 영해 또는 공해에서 정부주도의 부유식 대규모 해상풍력실증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규, 제도 및 인·허가를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급의 총괄기구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고, GW규모의 해상단지를 위한 해상송전계통 설치와 운영 로드맵 수립이 시급한 현안 과제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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