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성능 살펴보니…갤노트8·V30 큰 차이 없어
여전히 얼어붙은 휴대폰 시장…아이폰X도 변수

하반기 휴대폰 대전의 막이 올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가 지난 15일 출시한 데 이어 LG전자의 V30 또한 14일부터 사전 예약에 돌입해 격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경제 침체·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전반적으로 휴대폰 시장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과 LG가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이 얼어붙은 시장을 녹일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특히 양사 모두 전작인 갤럭시S8·G6로 밋밋한 성적표를 받은 뒤 새 제품을 내놓은 터라 하반기 시장을 누가 선점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 대전을 앞둔 두 제품의 면면을 파헤쳐보고, 향후 시장 상황도 함께 전망해봤다. (편집자 주)

◆실제 성능 살펴보니…갤노트8·V30 큰 차이 없어

갤노트8과 V30의 기기 성능을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기기는 제품의 특화 영역에 따라 일부 차이를 보이는 기능을 제외하곤 사실상 유사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갤노트8과 V30 모두 최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적용했다. 갤노트8은 삼성의 엑시노스 8895 프로세서가 적용됐고, V30은 스냅드래곤 835를 사용한다. 모델명에 차이는 있지만 물론 일반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다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램이다. V30은 4GB 램이 적용돼 아쉽다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갤노트8이 6GB 램을 내장했다는 점과 대조되는 부분으로, 게임·전문 작업 등 고성능을 요하는 사용자들은 다소 아쉬움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카메라의 경우 갤노트8에 처음으로 듀얼카메라를 적용됐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LG는 이미 V10때부터 듀얼카메라를 담아왔다. 두 스마트폰 모두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카메라 모두에 OIS(손떨림방지기능)이 적용돼 안정감 있는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같다.

구체적인 사양을 보면 갤노트는 전면 800만 화소, 후면 2개의 카메라는 각각 1200만 화소를 자랑한다. 후면 광각렌즈에는 듀얼 픽셀이 담겼다. V30는 전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이며 후면 듀얼 카메라는 1600만 화소의 일반각과 1300만 화소의 광각 렌즈로 구성됐고, 조리개값이 F1.6로 갤노트8 F1.7보다 낮아 저조도 촬영에 우수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전반적인 성능은 유사하지만 특화 영역에 따른 차이는 분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갤노트 시리즈는 ‘S펜’이 있고, LG V시리즈는 B&O와의 협력을 통한 오디오 부문에서 특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품에서 갤노트8은 움직이는 이미지 파일인 GIF 제작 기능을 강화했고, V30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잡음을 줄이는 하이파이 쿼드 DAC(Digital To Analog) 등의 적용을 통해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갔다고 평가받는다.

◆갤노트8, 역대 최고가 경신…현 출시 중 최고가 기록

갤노트8은 삼성이 내놓은 역대 최고가 휴대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삼성은 갤노트8 64GB 모델의 출시가격을 109만 4500원으로 책정했다. 실제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량 갤노트8 256GB 모델은 출고가가 125만4000원에 이른다.

이는 기존에 최고가 휴대폰 지위를 차지했던 갤노트2(109만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구매가는 이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출시된 휴대폰 중 최고가임은 분명하다.

일각에선 이러한 가격 정책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갤노트 라인의 전작인 갤노트7의 경우 배터리 발화 이슈로 단종 사태를 맞은 바 있어 갤노트8은 다소 낮은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출고가를 낮추며 가격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폰’ 전략을 고수하기로 결정한 모양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일단은 삼성의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갤노트8은 예약판매 5일차였던 지난 11일 예약자수가 6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첫날 판매량만 해도 39만5000대에 달한다. 이는 갤노트7이 13일간의 예약판매 중에 기록한 40만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삼성은 이 기세를 이어 일반 판매 전까지 예약판매량 8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 상황만 두고 섣부른 전망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성과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사은품 제공, 추첨행사 등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데 힘입은 바가 커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V30, ‘가성비’로 갤노트8에 맞불…시장 반응은 ‘글쎄’

LG는 갤노트8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가성비’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다.

V30의 경우 64GB 모델은 94만9300원, 128GB 모델인 V30플러스의 가격은 99만8800원을 책정해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00만원 이하 프리미엄폰’이란 타이틀과 64GB 모델로 비교 시 갤노트8보다 14만5200원이 저렴하다는 점은 V30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LG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노트8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고사양·가격 경쟁력이란 두 카드를 버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LG의 경우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2015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사실상 궁지에 몰렸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전작인 V20이 시장에서 호평 받으며 손실을 만회하는 데 기여하긴 했지만, 여전히 LG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V30의 가격 정책에는 부정적인 시선도 따라 붙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V30의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브랜드 가치도 그렇고, 사실상 100만원대인 가격을 두고 가성비를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매자들의 반응을 보면 LG 휴대폰에 대한 인지도가 삼성 제품보다 낮게 인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예약 판매에 돌입하면 가격 정책을 설득하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얼어붙은 휴대폰 시장…아이폰X 출시도 변수

삼성·LG의 플래그십 모델이 연이어 출시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휴대폰 판매 업계에선 큰 기대감을 품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 신제품에 대한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이유다.

또 최근 아이폰의 새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X 출시가 내달 말로 예정돼 있고, 근래에 들어 ‘선택약정 25%’ 제도가 도입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선택약정 25%는 휴대폰 사용자가 공시지원금과 25% 요금 할인 중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선 굳이 높은 가격의 신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기존 휴대폰에 선택약정 적용을 기다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십수 년째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해온 점주 A씨는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며 “무리하게 신제품을 사기보다는 가격이 떨어진 이전 모델을 구입하거나, 선택약정 적용을 기다리는 게 일반화된 느낌”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또 A씨는 “상대적으로 발매 시점이 조금 늦긴 하지만 아이폰X가 곧 출시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갤노트8과 V30이 아이폰X 출시 전에 어떤 가격 정책을 가져갈지가 시장 판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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