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선·케이블 제작사 간담회’ …추진계획·규격 개정안 공개

‘전선·케이블 제작사 간담회’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선·케이블 제작사 간담회’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친환경 PP(폴리프로필렌) 절연 케이블 확대 사용 방안과 한국전력공사-전선업체 간 상생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전은 8일 경기도 의왕시 자재검사처에서 ‘전선·케이블 제작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친환경케이블 확대 사용방안과 전선·케이블 구매규격 개정사항 등에 대한 정보 공유의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친환경 PP 절연 케이블 개발현황과 추진계획 ▲PP케이블 구매규격 개정안 ▲PP케이블 시공 시연회 결과 ▲전선·케이블 불합격 사례발표 ▲시험면제품 대상 확대 등 공지사항 등에 대한 발표와 의견수렴이 이어졌다.

◆한전, PP케이블 내년부터 본격 사용 검토

한전은 이 자리를 통해 PP케이블 개발현황과 추진계획, 구매규격 개정(안) 등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PP는 1980년대 이후 전력케이블에 사용되고 있는 XLPE를 대체하는 절연체다. PP재질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상시운전용량을 높일 수 있어 친환경·대용량 케이블의 절연체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높이 산 한전(전력연구원)은 LS전선과 함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0개월간 ‘상시운전온도 110℃ 배전케이블 및 평가기술 개발 과제’를 추진, PP케이블과 시험방법 등을 개발한 바 있다.

이후 한전은 지난해 초 제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범사용 구매규격을 제정했으며, 6월에는 제127차 기자재운영위 심의를 통해 시범사용을 확정했다.

올해 3월 이후 시범사용 케이블에 대한 입찰 공고와 계약, 입고시험 등을 진행했으며, 지난달부터 대구경북, 남서울, 부산울산지역본부 등에 각각 PP케이블(규격;CNPE-W/AL 400㎟) 1c-km 규모의 시범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11월까지 진행되는 시범사업에서 도심지, 번화가 등 부하밀집지역이나 과부하가 우려되는 곳 등을 중심으로 PP케이블을 적용, 시공성과 현장적용성, 안정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시범사용 결과를 분석하고, 이후 구매규격 개정(안)에 대한 사전검토 공지를 거친 뒤 내년부터 본격사용 검토, 구매규격 개정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전은 이어 PP케이블 확대사용이 확정될 경우 전선업체들이 준비해야할 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전은 기존 설비 활용 시 제조공정이 변화함에 따라 ▲약 200℃의 고온 압출설비 개조 ▲가교공정이 제외에 따른 기존 질소가스 배관 철거, 냉각수 장치 개조 ▲케이블 선속, 냉각속도, 시간 등 냉각공정 개선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주파수 가속 열화시험, 가속 수트리 시험 등 새로운 전선의 시험 소요기간을 고려해 적용 유예기간을 갖는 한편, PP절연케이블에 대한 특허 실시허여·기술료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PP케이블 도입 쟁점 ‘특허 기술료·구매규격 제정’

한전의 이 같은 발표에 따라 특허 기술료와 구매규격 제정 등이 PP케이블 도입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전과 LS전선은 과제를 통해 개발·등록한 PP케이블 특허의 실시권을 받아 제조·납품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일정 비율의 기술료를 받을 예정이다. 기술료는 한전과 LS전선의 특허 지분에 따라 나뉘어 귀속된다.

한전과 LS전선은 특허 실시허여 관련 협의를 진행, 적절한 수준의 기술료를 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여타 전선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전이 민간기업인 LS전선과 개발한 기술에 기술료를 책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기술료 지불 시 가격경쟁력의 차이로 독점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전선 업체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전이 참여해 개발한 특허인데, 민간기업처럼 기술료를 논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술료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1% 내외의 낮은 이익률로 운영되는 전선업체 특성상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자칫 LS전선 독점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개발사는 개발에 필요한 비용·인력 투자와 리스크를 감안하면, 특허 기술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전과 LS전선은 PP케이블 개발 과정에서 61억여원의 자금·인력 등을 투입한 상황이다. 차후 구매규격 개정 시 변경된 시험도 다시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비용도 2중으로 물게 된다.

후발업체들은 선발업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한 기술을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 데다, 한전의 구매방식도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장 선점효과가 없다는 점 등을 감안, 특허 기술료는 선발업체의 유일한 혜택이라는 주장이다.

LS전선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신기술을 개발해도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경쟁입찰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후발업체들의 준비를 기다려야 한다”며 “위험은 크지만, 이득은 적은 선발업체에게 유일한 혜택은 특허 기술료”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전과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기술료를 산정할 계획”이라며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생산한다면 기술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선업계는 PP케이블 구매규격 제정과 시험 방법 확정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요청도 이어갔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이 있어도 시험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시험을 의뢰하려면 한전 규격이 확정돼야 한다. 내년 초 규격이 확정되더라도 후발업체들의 시장 참여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구매규격을 신속히 제정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매규격이 제정되면, 업체들의 시험이 몰리게 될 것이다. 제조사들이 시험일정·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전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아울러 재료 컴파운드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자료 공유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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