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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비껴난 '리폼조명', 머리 위 '화약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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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인천의 A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광고물. 부품만 국내에서 제조하고 KC인증을 받았지만 마치 리폼 조명이 인증을 받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②경기도 한 마트 앞에 설치된 리폼 조명 홍보 부스.
“머리 위에 화약고가 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네요. 집안에 설치된 조명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책임 소재까지 불분명 합니다. 도대체 이런 꼼수를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도 정부가 이를 제재할 수 없다는 것에 자괴감마저 듭니다.”
기자가 인천의 한 A아파트 신축 단지에서 조명업체 관계자와 만나 직접 들은 말이다.
최근 신축 및 재건축 아파트 현장을 중심으로 ‘리폼 조명’이라는 신종 조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리폼(Reform)이란 건축물의 사용 연도가 지나 낡은 부분을 내장, 외장, 설비, 디자인 등을 개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옷을 리폼해 새로운 옷으로 만들어준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리폼 조명은 기존 형광등기구를 뜯어내고 등기구를 그대로 사용하되 안에 LED칩과 안정기 등을 재시공해 LED조명으로 교체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조명은 서지(Surge)와 접지부 불량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화재를 야기 시킬 수 있다. 결국 에너지 효율과 생활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조명이 주거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폭탄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안전 인증 받지 않아 ‘문제’
리폼 조명은 안전 인증을 받은 각 부품을 소규모 전기제품 판매업자나 전기 관련 시공사들이 직접 설치해준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부품을 직접 구매해서 설치하기 때문에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LED조명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해 온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리폼 조명은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니다.
조명 업체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조명 업체는 삼성과 LG, 서울반도체, 루미마이크로 등 LED칩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에서 칩과 안정기를 만드는 업체에서 인증을 받은 부품들을 구매해 조립한다.
조립한 완제품은 표준인증(KS)와 안전인증(KC) 등에 적합한지 각 시험기관에 의뢰해 광효율, 배광, 색온도 등을 따진 뒤 기준을 통과할 경우 인증서를 받게 된다. 이렇게 확인된 제품을 각 회사는 하자가 발생할 시 3~5년 간 사후 관리를 약속하고 판매하게 된다.
리폼 조명의 문제는 인증 받은 부품을 사용했지만 결국 완제품은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명 업체 관계자는 “완제품 비용에는 품질과 내구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 시험인증 비용 또한 포함돼 있다. 하지만 리폼 조명의 경우 각 부품이 인증을 받았다는 명분 아래 다양한 검증 항목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설치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부품을 쓰더라도 회사별 특성과 기구에 따라 성능은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했다면 화재가 발생하거나 폭발하는 등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증 받지 않은 불법 제품을 설치했을 경우다.
리폼 조명은 기존 형광등기구를 설치한 가정에서 직접 소규모 전기공사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교체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일부 부품에 대해서 소비자의 인식이 떨어진다는 허점을 이용, 불법 제품을 설치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게 조명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기자가 찾아간 인천의 A아파트 단지에 부착된 광고물에는 34평 기준으로 집 전체 조명을 38만원에 교체해준다고 설명돼 있었다. 또 칩은 대기업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광고물을 보여주자 엉터리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마진이 남지 않는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한 조명 업체 대표는 “일반적으로 민수 시장의 가격이 조달 시장에 비해 낮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조명을 교체할 경우 품질에 따라 최소 7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며 “시험인증비용을 제외한 상황에서도 광고물의 내용처럼 대기업 부품만 사용한다면 저 가격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설치 이후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 여부도 문제다. 광고물에 설명된 내용에 따르면 3년간 무상 A/S해준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설치 업체와 직접 통화를 해본 결과 각 부품이 보장하고 A/S 기간을 명시했을 뿐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D 전기시공업체는 “우리는 인증받은 제품을 구매한 뒤 전기적 특성을 감안해 조립만 하기 때문에 불량이 발생한다면 부품 문제”라며 “여태껏 리폼 조명을 설치해왔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지 못했고, 만약 발생한다면 부품 업체를 연결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제품을 판매한 기업 담당자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B사의 담당자는 “소규모 민수 사업자도 자사의 고객이기 때문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지, 이를 이용해 인증받지 않은 제품을 만들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하자 책임까지 맡으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그런 의뢰가 들어올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 망 비껴난 ‘꼼수’
전국적으로 리폼조명이 활개치고 있지만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도 이런 사태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명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에 의해 안전인증대상 전기용품이다. 구조와 사용 방법 등으로 화재 및 감전 등의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클 경우 안전인증을 받아 위해 요소를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전안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제품을 설치하는 사람이 제조업자여야 한다는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안법 제1장 제10조에 따르면 안전인증대상 제품의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 및 대여업자는 안전인증표시등이 없는 안전인증대상제품을 판매·대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공업자의 경우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설치만하기 때문에 제조업자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책임 문제를 따질 때 법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전안법에는 안전인증을 받지 않고 안전인증대상 제품을 제조 또는 수입하는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 또한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조업자에 속하지 않아 처벌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다.
국표원 관계자는 “현재 전안법 내에서는 리폼조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불법이라고 말할 수 없고, 시공업체도 전안법에 해당하는 제조업자 기준에서도 벗어난 건 사실”이라며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을 접하고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법안 개정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물건의 소유주가 판매업자에 있지 않고 입주민에게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소다.
조명은 이미 입주 계약을 통해 소유주가 입주민 혹은 거주민으로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보유한 제품을 임의 변경한다고 해서 이를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제재할 수 없다. 개인이 소유한 제품을 임의 변경하는 것을 문제로 공론화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소비자가 적어도 인증 받은 제품으로 리폼조명을 설치하는지 확인해야한다.
하지만 중국산 불량불법 제품이 난무하고, 안전인증 스티커마저 교모하게 복사해 붙여버리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이를 판별해내기란 쉽지 않다. 에너지 절약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교체하는 조명이 머리 위에서 째깍거리는 폭발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만 하다.
정부의 신속한 기준 마련과 대책이 필요하다.
작성 : 2017년 09월 07일(목) 13:47
게시 : 2017년 09월 08일(금) 09:49


김승교 기자 kimsk@electimes.com        김승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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