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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시장 양극화 심화...대기업'활황' 중기 '개점휴업'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손 놓고 있는 중소기업
대기업, 유래 없는 대형 ESS 사업 잇달아 추진
정책 연장, 중소기업 고려한 배터리 공급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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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준비해 온 A 중소기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ESS를 개발하고 인증까지 마쳤다. 하지만 ESS에 필요한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터리 구하는 건 일도 아니었는데 하필이면 올해부터 배터리가 부족해지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2. B 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B 기업은 올해 초 30MW 규모 태양광 연계형 ESS 구축사업을 기획했다. 태양광 연계형 ESS에 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REC) 5.0이 부여되면서 사업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하지만 제대로 사업을 추진해보지도 못하고 모두 물거품이 됐다. 배터리 확보 여부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반면 대기업인 C, D는 최근 18MWh, 50MWh, 150MWh 등 대용량 ESS 구축사업을 성사시켰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 사업으로, 본격적인 민간 ESS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사례처럼 국내 ESS 시장은 최근 들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유래없는 대규모 ESS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배터리가 없어서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ESS 사업은 중소기업이 소화하기 힘든 영역이긴 하지만 대기업에 배터리 공급이 쏠리면서 중소 규모 사업 자체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점점 커지는 중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
ESS 시장에서 배터리 공급부족 문제는 올해 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상반기에는 배터리를 주문하고 3개월 정도 기다리면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주문을 해도 “배터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정도로 공급난이 심각하다. 중소기업으로선 사업을 먼저 추진했다가 배터리를 공급 받지 못할까봐 신규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올해 사업은 “사실상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의 대규모 사업 수주소식이 잇달아 나오면서 중소기업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배터리 공급이 부족한데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대부분이 대규모 사업에 우선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배터리를 싹쓸이해 중소기업의 배터리 부족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이 달리자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없어서 공급을 못한다던 배터리 제조사들이 대기업에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걸 보니 허탈하다”며 “대규모로 배터리를 구매하는 대기업을 우선시하는 건 시장논리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중소기업은 당장 수십, 수백 kWh 배터리가 없어 사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사전에 대금을 지불하고 대규모 배터리 물량을 미리 확보하며 해결책을 찾고 있는 반면 그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기약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소기업만 배제하는 게 아니라 안전성 이슈 때문에 검증된 업체에만 제품을 가려서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터리 사고가 발생하면 LG화학, 삼성SDI가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최근 들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소니는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시키며 승승장구했지만 2006년 노트북 배터리 폭발로 주도권을 뺏겼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삼성SDI 출신 모 인사는 “배터리 제조사와 배터리 모듈 공급을 받아 패키징을 해 온 몇몇 기업들도 공급을 못 받는 걸로 봐선 안전성 이슈 때문이라는 건 핑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배터리 부족 해결이 국내 ESS 시장 성공 좌우
최근 몇 년새 배터리 공급이 부족했던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ESS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덕분이다. 특히 ESS는 활용촉진요금제, 태양광 연계형 ESS REC 가중치 5.0 등 정부 지원제도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했다. 정부가 억지로 ESS 시장을 육성하려고 하지 않아도 민간에서 ESS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상 올해가 ESS 시장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배터리 공급부족 사태가 ESS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ESS 사업으로 새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며 자신만만해 하던 중소기업들의 실망감도 심각한 수준이다.
ESS 사업을 준비해 온 모 중소기업 관계자는 “ESS 사업을 하려고 기술개발은 물론 영업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며 “그런데 배터리가 없어서 사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규 먹거리로 각광 받는 ESS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중소기업이 이탈할 경우 이제야 빛을 보는 국내 ESS 시장이 침체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ESS 시장을 육성한 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였는데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ESS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선 정부와 대기업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ESS 업계는 일단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ESS 지원제도를 연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ESS에 적용하는 REC 가중치 5.0은 올해까지 구축한 ESS에만 해당하고, 내년부터는 변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REC 가중치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 배터리 부족 문제를 감안하면 내년까지는 가중치 5.0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금 배터리를 주문해도 내년 2/4분기는 돼야 받을 수 있는데 정부 정책 연장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의 배터리 부족 문제를 인식한 배터리 제조사도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배터리 공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배터리 생산량을 늘려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성 : 2017년 09월 05일(화) 10:44
게시 : 2017년 09월 06일(수) 09:19


위대용 기자 wee@electimes.com        위대용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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